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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상봉] 얼굴도 모르는 사위가 서울 온다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얼굴도 모르지만 사위는 백년지객(百年之客)이잖수. 딸애도 함께 오면 죽어도 좋으련만…. "

지난 26일 제4차 남북이산가족 상봉 북측후보자 명단에서 사위 이우문(71)씨의 이름을 확인한 김유중(93.서울 여의도동)할머니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사위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그러나 명단에서 50년 전 헤어진 딸의 이름이 빠졌다는 실망감이 교차해서다.

1951년 초 납북된 셋째딸 이혜경(68)씨가 북에 살고 있고 같은 납북자 출신의 이씨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10년 전 알게 된 뒤부터 상봉을 애타게 고대해온 金할머니다.

이씨가 91년 미국 LA에 사는 외삼촌을 통해 남한의 동생 우섭(68.서울 화곡동)씨에게 편지를 보냈고, 우섭씨는 '장모가 살아계시다면 연로하실테니 잘 돌봐드려 달라' 는 형의 당부에 따라 석달여의 수소문 끝에 金할머니를 찾아낸 것.

소식을 들은 金할머니는 뜻밖에 얻게 된 사돈 우섭씨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렸다. 지난 봄 서신교환 때는 북에서 온 우문씨의 편지를 함께 읽으며 옛 일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씨는 서울공업고 졸업반이던 50년 7월 충북 제천의 고향집에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 형 우현씨도 51년 2월 국군포로로 납북돼 북에 생존해 있다고 한다.

혜경씨는 여고 4학년이던 51년 초 집에 들이닥친 인민군에 의해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었다.

두 사람은 황해도 강녕에 살고 있는데, 우문씨는 수산고등학교 교장으로 있다가 얼마 전 정년퇴임했고, 혜경씨는 의대를 졸업한 뒤 의사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혜경씨를 포함한 8남매 중 막내아들(52)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金할머니는 지난밤 50년 동안 그려온 딸과 사위를 만나는 꿈을 꿨다고 했다.

정현목.박현영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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