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쇼크 중국은 '느긋' 대만은 '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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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의 테러사태와 그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는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싱가포르와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나라로 꼽힌다. 두 나라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보기술(IT)제품의 대미수출 비중이 높았던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 느긋한 중국=중국의 국가발전계획위원회 리티에쥔 사무차관은 지난 20일 "중국 경제는 미국의 테러사태로부터 거의 영향받지 않을 것" 이라며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 7.0% 달성이 무난할 것" 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출이 다소 줄더라도 계속 늘어나는 내수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고 자신했다.

국제통화기금은 26일 세계경제 전망 수정치를 발표하면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7.5%)만 낮추지 않았다.

골드먼 삭스의 케네스 커티스 아시아지역 사장은 "중국은 탄탄한 내수와 활발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바탕으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벌이는 경제개혁 등에 힘입어 테러쇼크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은 3년 전부터 수출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내수를 확대하면서 외자를 유치하는 전략을 채택, 현재 국내총생산(GDP) 중 수출 비중을 25%선으로 줄였다. 올들어 8월까지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2백7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현준 박사는 "중국의 수출 중 IT(전자 포함)분야 비중은 20%대에 그친다" 며 "저가 생필품 위주의 수출구조도 테러쇼크를 덜 받는 이유 중 하나" 라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대만는 울상=수출의존도가 높은 이들 나라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미국 시장이 테러사태로 더욱 위축되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싱가포르는 전적으로 수출형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대만도 GDP 중 수출비중이 54%에 달한다. 수출품 중 전자를 포함한 IT제품 비중은 싱가포르가 64%, 대만이 36%선이다.

IMF는 올해 싱가포르가 -0.2%, 대만은 -1.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8월 산업생산이 21.4%나 줄어 1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메릴린치의 분석가인 빈센트 로는 "테러사태의 여파로 싱가포르의 3분기 성장률이 -3%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고 진단했다.

사정은 대만도 비슷하다. 대만 정부는 지난 20일 올 성장률 전망치를 6.5%에서 0.3%로 대폭 낮췄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중 이미 -2.4%로 곤두박질한 성장률이 올해 플러스를 기록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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