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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아줌마 부대’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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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제2의 국민연금, ○○상가 분양’.

최근 경기도 판교신도시에 있는 한 상가 분양업체가 서울 수서~분당 고속화도로 곳곳에 이런 현수막을 내걸었다. 상가 임대소득이 연금과 다름없을 것이라는 뜻에서 이런 ‘돌발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특정 상가가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를 폄하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신뢰도가 높아진 징표로 볼 수 있어 사진을 찍어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2004년 ‘국민연금 8대 비밀’ 파동이 터져 연금제도가 송두리째 흔들리던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요즘 국민연금공단 창구에 연금 가입자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주로 40~50대다. 반면 보험료를 안 내도 되는 납부예외자는 10년 만에 최고다. 여기에는 20~30대가 많이 몰려 있다. 세대별로 국민연금의 인기가 갈리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몰리는 집단은 주부다. 소득이 없는 주부는 연금 가입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연금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신규 가입자가 2004년 8855명에서 지난해 2만2092명으로 늘었다. 전업주부 임경숙(48·여·주부)씨는 이달 초 국민연금에 가입해 약 20만원의 보험료를 낸다. 임씨는 “사보험에 가입한 적이 있지만 주위에서 ‘그래도 국민연금이 낫다’고 추천했고 그런 것 같아 가입했다”며 “남편과 별도로 연금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밀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는 사람(추후 납부)도 크게 늘어 지난해 2만1314명이 됐다. 그리하면 가입 기간을 회복해 노후연금이 올라간다. 또 최소 가입 기간(10년)을 채우기 위해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계속 내는 사람도 최근 3년 사이에 65% 늘었다. 1999년 이전에 일시금으로 찾은 보험료를 반납하고 노후에 연금을 받으려는 사람도 3년 사이에 312% 증가했다.

주부 가입자는 40, 50대가 각각 24%, 69.1%인 반면 20대는 0.2%, 30대는 6.4%이다. 추후 납부자도 50대가 82%로 가장 많다. 60대도 14%에 달한다. 20~40대는 매우 적은 편이다.

강원도에 사는 박모(40)씨는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왜 자꾸 보험료를 내라고 독촉하느냐”고 항의했다. 2007년 2월 실직한 뒤 납부예외를 인정받았는데도 주기적으로 보험료 안내장이 나와 항의한 것이다. 박씨는 “뚜렷한 소득이 없고 생활이 어려워 보험료를 못 내는데, 내 상황을 알아보지도 않고 독촉할 수 있느냐”며 “매우 불쾌했다”고 말했다.

박씨와 같은 납부예외자는 511만6333명. 지역가입자의 59%로, 99년 도시 자영업자로 국민연금이 확대된 이후 가장 높다. 20~30대가 70~95%인 반면 40~50대는 40% 안팎이다. 납부예외자가 느는 이유는 지역가입자 중 월소득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저소득층이 많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내년부터 차상위 계층(월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00~120%) 13만 명의 보험료 절반(370억원)을 대주고 나머지는 본인이 내게 유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지만 예산 당국의 반대에 부닥쳐 시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복지부 배금주 연금정책과장은 “건강보험은 저소득층 지원 조로 연간 4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지만 국민연금은 농어민 보험료 지원에 860억원만 들어간다”며 “저소득층이 계속 보험료를 안 내면 노후 소득 사각지대에 빠져 나중에 더 큰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선임기자

◆납부예외자=연금 가입자가 실직이나 사업 실패 등으로 소득이 없을 때 보험료를 내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 보험료를 안 낸 만큼 노후연금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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