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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사찰보존법 개정안 불교계 안팎 반발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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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조계종과 정부에서 추진중인 전통사찰보존법 개정안에 대해 불교계 내외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특히 많은 반발을 사고 있는 '입장료 징수 확대' 관련 조항의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법개정안이 알려진 것은 지난달 21일 조계종 정대(正大)총무원장과 문화관광부 종무실장 등이 3당 국회의원을 롯데호텔로 초청, "의원입법 형식으로 이번 정기국회 기간중 법을 개정해달라" 고 부탁하면서부터.

그러나 개정안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반론과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판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현재 70여 사찰에서 받고 있는 입장료를 전국 8백여 사찰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반대다.

현재는 국가지정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만 입장료를 받게 돼있는데, 개정안은 전국 모든 전통사찰에서 입장료를 받을 수 있게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비판의 골자는 정부의 통제.간섭을 강화하는 내용에 대한 반발이다. 개정안은 곳곳에서 전통사찰 등에 대한 '관리' 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문화관광부)에서 필요할 경우 사찰을 방문해 조사할 수 있고, 자료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가장 먼저 명시적인 반대입장을 발표한 곳은 불교 시민운동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http://www.buddha21.org). 재가연대는 입장료 징수 확대에 대해 "전통사찰 보존.관리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행위" 라며 "관람료 징수의 확대는 불교와 일반 국민들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는 일" 이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의 관리권 강화에 대해서는 "불교가 정치권력에 예속당하고 간섭받게 될 우려가 있다" 며 반대했다. 재가연대는 특히 "개정안이 불교계 내외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만들어졌다" 고 지적하고 "법안이 국회로 넘어가기 전에 공개적이고 폭넓은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조계종 승려들 사이에서도 개정안에 대한 비판과 이견이 적지 않다. 지난 19일 조계종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법등(전 종회의장)스님은 "관람료 확대는 국민 정서상 바람직하지 않으며, 실효성도 적다" 고 주장했으며, 현응 스님 등은 정부의 조사.자료제출요구 등에 대해 "불교계의 자율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바깥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매우 조심스러운 가운데 확실한 반대 움직임으로 주목되는 것은 개신교 일부의 '사찰문화재 관람료 부당징수반대 협의회' 결성이다.

지난 21일 오전 7시 30분 서울 팔레스 호텔에서 열린 조찬모임에 참석한 개신교도 2백여명은 '전통사찰보전법 개정 반대' 와 함께 '관람료 부당징수를 막기위한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제기' 를 결의했다.

협의회는 개별 개신교도들의 모임이란 형식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개신교 최대모임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총연) 대표회장인 이만신 목사가 격려사를 하는 등 모임의 비중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한편 입법을 추진중인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관계자는 "필요한 법률 자문 등 충분한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며, 이번 정기국회 회기중 처리를 고집하지 않을 것" 이라고 밝혔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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