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여수동 여술마을 '문화 마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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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작은 아이디어가 우리 마을을 살립니다. "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옛 여술마을)은 요즘 '허물' 을 벗으려 하고 있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도시 분당의 아파트촌과 이웃해 있지만 이곳은 말 그대로 '깡촌' 이다. 허물어져가는 지붕에 낡은 비닐하우스, 오솔길밖에 없어 불이 나도 소방차가 접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곳이 최근 살맛나는 '생태 테마 마을' 로 거듭나고 있다. 전체 2백40여세대 1천2백여 주민이 똘똘 뭉쳐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고 문화 마을로 가꾸고 있다.

주민위원회 이대열(李大烈.54.축산업)회장은 "이젠 시골 마을도 경쟁력이 있어야 발전한다" 며 "주민들도 마을 이미지를 바꾸자며 아이디어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고 말했다.

이 마을은 우선 손쉬운 일부터 시작했다. 마을에 꽃길을 조성하기 위해 집집마다 1백송이씩 국화를 키우기로 한 것.

통장인 박수길(朴壽吉.49.상업)씨는 "내년 가을이면 1만송이 국화가 우리 마을을 덮는다" 며 "선진국의 깔끔한 시골 풍경에 결코 뒤지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국화를 주제로 한 마을 축제도 계획하고 있다.

또 마을에 생태공원을 만들어 토종 들꽃을 재배, 학생들의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새로 내고 있는 도로변에는 시의 지원을 받아 벚꽃 5백그루를 심을 예정이다.

분당 등 인근 주민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마을 주변 채소밭을 주말 농장으로 꾸며 외부에 개방하고 뒷산에는 6㎞짜리 산악자전거 코스를 마련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에게 농산물을 싼값에 판매하고 30년 전통의 마을 대표 음식인 갈매기살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 마을의 변신 시도가 처음부터 순탄하지는 않았다. 생태마을 기획을 담당한 김길수(金吉洙.57)씨는 "처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사람이 많았으나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민들의 참여가 늘었다" 고 말했다.

이달 중순에는 주민 19명이 자비로 일본의 유명 테마 마을인 오이타(大分)현을 방문,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한 마을에 하나의 자랑거리를 갖는다는 오이타현의 '일촌일품(一村一品)' 전략도 본받기로 했다.

金씨는 "우리 마을에만 고유한 테마를 만들어 전국 제일의 매력을 가진 마을을 만들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마을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마을 방송국도 운영할 계획이다. 여술마을 주민들은 27일 김병량 성남시장과 시 의원들을 초청, 테마 마을 조성에 대한 설명회를 연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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