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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와 친분 두터운 '중도 우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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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국장에 한국계 미국인인 빅터 차(43)교수가 내정된 데 대해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한국계 미국인이 백악관에 들어가 북핵 문제를 포함해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을 다루게 됐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그동안 워싱턴과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한반도 세미나에 패널로 참가하는 등 끊임없이 현장감을 유지해왔다. 이는 그가 한국 내 상황을 여과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과 감각을 갖춘 '준비된' 한반도 전문가라는 뜻이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신임 국무장관과는 1990년대 중반 스탠퍼드대학에서 만나 계속 친분관계를 유지해왔고, 백악관 NSC 선임자인 마이클 그린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과도 개인적 친분이 두텁다. 따라서 그가 작성할 한국 보고서의 비중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 교수는 17일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말할 입장이 아니지만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 부시 1기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차 교수는 기본적으로 중도 우파에 속하는 인물로 한국의 일방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로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차 교수는 언론 기고에서 "북한의 벼랑 끝 전술이 계속된다면 전쟁 위기는 미국의 모호한 태도가 아니라 북한의 호전성에서 초래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한국인들이 깨달아야 한다"는 등 강경한 입장을 밝힌 적도 있다. 차 교수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이 북한 문제 종합대책으로 제시했던 '페리 프로세스'의 작성 과정에도 관여했다. 98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조지타운대학에서 인문학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 박사 학위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차 교수는 또 2002년 외교전문지인 '포린 어페어'기고를 통해 미국이 북핵 문제를 방관하지 말고 강력하게 개입해 해결할 것을 주장한'강한 포용 정책(hawk engagement)'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또 한.미관계와 관련, "동맹은 과정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법"이라며 동맹 강화를 주장해왔다.

한승주 주미대사, 김경원 전 대사,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함재봉 연세대 교수 등과 가깝다. 차 교수의 아버지 차문영씨는 컬럼비아대학에서 수학하다 뉴욕에 정착했으며 이홍구 전 총리,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경기고 동기동창이다. 장인은 김식 전 농림수산부 장관이며, 부인 김현정(38)씨와 2남이 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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