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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시의원님 정신좀 차리세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의장선출 파행, 폭행사건 비화, 의원 구속, 금품수수 의혹, 사과성명, 자진사퇴 촉구….

지난해 7월부터 1년여간 제주시의회는 이런 낯뜨거운 뉴스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없었다.

이 가을에는 그런 추태의 대미를 장식하겠다는 것인지 아예 누가 집행부인지 모르는 혼미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일 새벽 0시35분 시의회 재적의원 17명중 10명이 '기습적' 으로 본회의를 긴급소집, 의장등 집행부에 대해 불신임결의안을 가결했다.

편이 갈린 의원들끼리 지난해 후반기 원구성과정에서 1년씩 의장을 나눠 하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아" 아예 사퇴시켜 버린 것이다. 새 의장.부의장이 그 자리에서 선출됐다.

한밤의 '습격' (?)을 당한 전 집행부가 가만 있을 리 만무다. 제주지법에 새 의장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반격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의장전용차와 운전기사는 새 의장에게 넘겨줬지만 의회 의장실은 전 의장이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제주시 공무원들로선 도대체 누구를 의장으로 모셔야 할 지 난감한 상황.

게다가 불신임 처리된 전 의회운영위원장은 24일 동료의원 8명을 제주경찰서에 고소했다. 불신임 발의대상자도 아닌 자신까지 불신임 처리, 자신과 선거구 유권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치고 받는 싸움이 연속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제주시의회 모의원이 취중에 의장선출을 문제삼아 의장실에 들어가 의장을 폭행한 사건은 당시 얘기거리라도 됐다. 하지만 그 사건이후로도 반성은 커녕 툭하면 몸싸움 이어서 요즈음은 시민들이 그런 얘기를 들어도 "또 그 버릇…" 이라며 혀만 찰 뿐이다.

"의회는 이미 사망했다. 아예 필요없다. 이미 그들은 우리의 대표가 아니다. "

17명의 시의원 가운데 한둘쯤에게는 이런 시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이런 미련을 갖는다는 것이야말로 미련스러운 짓일까.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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