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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암’ 절반이 1년 내 발병 … 대부분 ‘1차 암’ 원인과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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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2008년 2월 전립샘암 수술을 받았던 조용국(65·충북 음성군)씨가 지난달 말 국립암센터 암예방검진센터에서 심전도 검사를 받고 있다. 조씨는 “암환자는 일반인보다 다른 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들었다”며 “2차 암이 없는지 걱정이 돼 검진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또 다른 암에 걸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인천 남구에 사는 박인예(77·여)씨는 지난달 대장암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 5년 전에 위암 수술을 받은 뒤 거기에만 신경을 썼는데 엉뚱한 암이 찾아온 것이다. 박씨는 5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제때 검사를 받았고 그때마다 의사가 “위가 깨끗하다”고 했기 때문에 안심했다. 박씨는 고기를 즐기지 않아 지난해 말 변에 피가 나왔어도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딸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았다가 대장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박씨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도, 누가 권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

신규 암 환자가 매년 6% 가까이 늘고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면서 새로 생긴 고민거리가 2차 암이다. 암 환자 100명 가운데 3명이 전이나 재발이 아닌 완전히 다른 암(2차 암)에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브란스병원 연세암센터가 1995~2009년 암 진단을 받은 10만3532명을 분석한 결과 2.9%인 2953명이 2차 암에 걸린 것으로 조사됐다. 2차 암 실태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세훈 교수는 “평균 수명이 올라가고 조기에 철저히 암을 찾아내게 되면서 과거에는 모르고 지나갔을 법한 질환이 2차 암으로 발견된다”고 말했다.

◆1차 암 발병 뒤 1년이 고비=지난해 11월 대장암 환자 조모(60)씨의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를 살피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씨의 간에서 여러 개의 종괴(혹)가 발견된 것. 의료진은 처음에는 대장암이 간에 전이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태학적 성질이 전혀 다른 2차 암이었다. 대장암 진단을 받은 지 1년이 채 안 돼 2차 암이 발견된 것이다.

연세암센터 분석에 따르면 1년 만에 두 개의 암에 걸린 사람이 50.9%, 1~2년 사이에 걸린 경우가 11.2%였다. 연세암센터 정현철 원장은 “1, 2차 암의 대부분이 발생 시기만 다를 뿐 같은 원인에 의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발견 시기가 거의 같은 2차 암은 쌍둥이처럼 같은 유전적 변화에 의해 생긴 것”이라고 했다. 흡연이 폐암을 야기하고 구강·식도·두경부·방광 등에 2차 암을 유발하는 식이다. 2차 암 유형 중 ‘유방암+갑상샘암’ 환자가 233명(7.9%)으로 가장 많았다. 위암+대장암, 위암+폐암, 위암+간암, 방광암+전립샘암, 대장암+간암이 뒤를 이었다.


◆왜 걸리나=대개 암이 완치됐다고 방심하다 2차 암에 걸린다. 젊은 시절부터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운 황인규(71·가명·경기도 고양시)씨는 2002년 폐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고 암을 극복했다. 황씨는 “금연을 결심할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며 계속 담배를 피웠고 결국 지난해 12월 다시 폐암에 걸렸다. 같은 폐암이지만 지난번과 다른 부위에 생긴 2차 암이었다. 그는 항암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위독한 상태다.

일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2차 암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특정 항암제(알킬화약물) 치료를 받고 완치된 지 5~7년 후 백혈병(혈액암)이 생기기도 한다”며 “그러나 부작용보다 치료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치료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2차 암=암이 전이되거나 재발하면 암 세포의 크기나 모양이 같지만 2차 암은 다르다. 처음에 발견된 암과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고 종류도 다르다. 같은 부위에서 발생하는 경우에도 암 세포의 성질이 다르다.

특별취재팀=신성식 정책사회선임기자(팀장), 김정수·황운하·이주연 기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황세희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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