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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2002 월드컵 이탈리아전 안정환의 117분 똑같이 재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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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마시모 푸를란은 1982년 월드컵 ‘독일-프랑스’전을 재현해 2006년 파리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페스티벌 봄 제공]

2002년 6월 18일. 축구팬이라면, 아니 한국인이라면 이날을 쉽게 잊지 못할 게다.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 ‘한국-이탈리아’ 경기가 열릴 날이니.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날 경기가 공연으로 재현된다. 다음 달 8일 오후 5시 시작하는 ‘우리는 한 팀’(We are the team)이다. 게다가 무대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양팀 11명씩, 22명의 출연진이 나오지도 않는다. 딱 한 명만 나온다. 마시모 푸를란(45)이라는 이탈리아 행위예술가다. 그는 2-1 한국 역전승의 주역인 안정환을 연기하며 117분간 월드컵 경기장을 휘젓는다. 대충 축구 흉내를 내는 게 아니다. 페널티킥을 실축한 안타까움부터 현란한 개인기와 전력 질주, 그리고 연장 후반 12분 극적인 골든골을 넣고 쓰러지는 것까지 생생히 묘사한다. 푸를란은 각 방송국으로부터 다양한 중계 화면을 넘겨 받아 6개월에 걸친 정교한 작업을 거쳐 안정환의 정확한 동선을 파악했다고 한다. 스피커에선 당시 관중의 함성 소리가 나오고, 임주완 캐스터가 진짜 경기처럼 마이크를 잡고 경기를 중계한단다.

왜 이런 엉뚱한 짓을 할까. 연극연출가이자 전위예술가인 푸를란은 이전부터 광장·스포츠·예술을 접목한 표현 방식을 시도해왔다. 실제로 축구 선수로 활동한 적은 없다. 그는 “집단에게 강렬하게 남은 기억을 환기시켜 또 다른 감수성을 불어넣고 싶었다. 최근 축구 기술이 너무 발전해, 이런 식의 공연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 넓은 운동장에서 축구공도 없이 한 명이 뛰고 넘어지고 하는 게 신선할까, 아니면 썰렁할까. 국내 최고의 다원예술축제로 자리잡은 ‘페스티벌 봄’의 폐막작이다. 입장료 무료. 02-741-3931.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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