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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현대미술관, 2년반 만에 재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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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미술관은 찻잔 같아야 한다."그릇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면 내용물이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의 이런 철학이 담긴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Museum of Modern Art)이 2년 반에 걸쳐 1조원(8억5800만달러)을 들인 재건축공사를 끝내고 20일 다시 손님을 맞는다.'현대 미술의 메카'로 불리는 MoMA가 개관 75주년을 맞는 날이다.

맨해튼 53가 옛 그 자리에 들어선 새 미술관은 첫눈에 넓고 밝고 담백하다. 전시장 면적이 거의 두배로 늘어났고 자연광에 특별히 신경썼으며 흰색 위주로 감각적이되 튀지 않는다. 이 덕분에 고흐.고갱.피카소.마티스 등 현대 미술의 거장들 혼이 편안하게 숨쉴 수 있게 됐다. 글렌 로리 MoMA 관장은 "이제 작품들이 다리를 쭉 펼 수 있게 돼 내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했다."작품을 한 방에 구겨넣는 식이어서는 좋은 전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이젠 넉넉한 공간에서 큐레이터들의 의도대로 진열된 작품을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로널드 로더 MoMA 회장도 기뻐했다.

1929년 개관한 MoMA는 70여년 수집한 예술품이 12만점을 넘고 관련 서적이 15만권에 달하는 등 미술관 건물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2001년 5월 확장공사에 나섰다. 6층으로 지어진 새 건물은 연면적이 5만6070㎡이며 전시공간만 따지면 1만1250㎡이다. 특히 한가운데 높은 천장의 중앙홀을 만들어 채광을 돕는 동시에 유리창 밖으로'미술관의 허파'로 불리는 애비 알드리치 록펠러 조각공원을 조망할 수 있도록 꾸몄다.

2층 전시실엔 미국의 유명 조각가 바넷 뉴먼의 '부서진 오벨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고, 인상파의 대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수련(Water Lilies)'이 흰 벽면 하나를 통째 차지하고 있다. 건축과 산업디자인을 미술로 승격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MoMA를 보여주는 공간은 3층이다.

MoMA 이사회는 당초 재건축 비용을 3억달러 정도로 추산했으나 실제 공사를 해보니 거의 세 배로 불어났다. 너무 비싸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입장료를 20달러나 받는 것은 이렇게 많이 든 공사비를 벌충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관일과 매주 금요일 오후 4~8시는 누구나 공짜로 즐길 수 있다. 재개관을 기념해 10주간 열리는 영상.미디어 아트 전시회인'프레미어전'에는 한인 비디오 아티스트인 조승호씨도 초대받았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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