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 지금 '합체'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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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사기보다 싼값에 하나로' '하나로 합치면 휴대가 편해진다'-.

여러가지 디지털 기기나 기능을 합쳐 놓은 '디지털 컨버전스(융.복합)'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도 이런 제품이 없었던 게 아니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융.복합의 속도와 차원이 다르다. 최근에는 어떤 것이 주기능이고, 어떤 것이 보조기능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제품 간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면서 융.복합 상품이 아니면 시장에서 설 땅이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보다 싼값에 다양한 디지털 기능을 즐길 수 있어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 휴대전화 vs AV디지털 기기=컨버전스가 가장 눈부신 제품은 휴대전화. 최근 선보인 카메라폰과 MP3폰은 디지털카메라와 MP3 시장을 위협할 정도다. 생존을 위한 디지털카메라와 MP3 플레이어 업계의 반격도 만만찮다. 이들은 카메라.MP3 고유의 기능을 최대화하면서 각종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맞불을 놓고 있다.

레인콤의 신제품 '아이리버 iMP-1100'는 기존 MP3 CD플레이어에 26만컬러 2인치 LCD화면을 장착, 동영상 재생 및 전자앨범 기능을 추가했다.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 파일과 디지털 사진을 감상할 수 있고, 가정에서는 TV에 연결해 고화질 동영상도 즐길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로 유명한 올림푸스는 내년 한국 시장에서 MP3 플레이어 기능이 결합된 디지털카메라('엠로브')를 내놓기로 했다. 20기가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음악과 사진을 동시에 저장할 수 있다.

캠코더 업계도 정지영상 촬영, MP3 재생, 음성 녹음까지 결합한 다기능 컨버전스 제품을 내놓고 있다.

JVC는 세계 최초로 초소형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장착한 소형 캠코더 '에브리오'를 곧 한국과 미국에 동시에 출시한다. 기존의 디지털 캠코더에 디지털카메라와 음성 녹음 기능을 합친 제품이다. 산요코리아('작티 VPC-C4').소니코리아('무비 사이버샷 DSC-M1') 등도 디지털카메라 등 각종 기능을 합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역시 12월에 MP3 플레이어, 68만화소 디지털카메라, 음성 녹음, 대용량 이동식 디스크, PC 카메라 등 총 6개 기능을 지원하는 '미니켓(VM-M110)' 캠코더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측은 "캠코더를 주축으로 여러 기능을 통합해 디지털 컨버전스를 상징하는 제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씨큐어도 이동용 저장장치인 USB 메모리와 MP3 플레이어를 결합한 아이디어형 캐주얼 손목시계('조이워치')를 출시했다.

◆ 가전제품 vs PC= 컴퓨터와 가전제품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삼보가 최근 새롭게 선보인 가정용 PC 'TG/PD'는 외관상으로는 PC 본체인지, 미니 오디오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다. 이 PC는 출시와 동시에 GD(굿디자인) 마크를 받기도 했다. 영화나 음악, 그래픽 등 멀티미디어 작업을 리모컨으로 할 수 있다. 고음질 오디오급인 5.1채널을 지원하면서 소음도 牟?음악감상 기능을 강화했다.

LG전자는 TV 수신을 할 수 있는 19인치 LCD모니터(모델명 L193ST)를 시장에 내놨다. 스피커 일체형인 이 제품은 화면 분할이 가능해, TV를 보면서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3대 아날로그TV 수신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TV 겸용 모니터 '싱크마스터 매직' 3종을 내놨다.

이밖에 이레전자와 디보스 등 중견 TV업체들은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의 LCD 및 PDP TV 등을 선보였다.

◆ 웰빙도 단골 소재=최근에는 건강을 돌보는 휴대전화들이 쏟아지고 있다. 웰빙 바람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체지방 측정기 및 만보기를 합친 '웰빙폰'(SPH-E3330)을 출시했다. 휴대전화에 체중.키 등을 입력하고 체지방 측정기에 양 손가락을 대면 체지방 수치가 화면에 나타난다. 측정 데이터는 휴대전화에 저장돼 일.주.월 단위로 그래프도 그릴 수 있다.

LG전자가 지난 4월 출시한 '당뇨폰'(LG-KP8400)도 당뇨 환자들로부터 꾸준한 반응을 얻고 있다. 손가락 끝 혈액을 묻힌 리트머스 시험지를 휴대전화에 내장된 인식기에 접촉하면 혈당량이 표시된다. 의료기기로 분류돼 일반 이동통신 대리점이 아니라 의료기 판매점에서만 살 수 있다. 리트머스 시험지는 한 팩(50개)에 2만원.

팬택은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이동방향을 감지해 속도.거리.소모 칼로리.고도 등을 알려주는 '3축 센서 스포츠 레저폰'을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다.

이현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