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3년째 매주 북한산 오르는 화가 마해용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북한동 북한산 인수봉 서쪽 기슭. 깎아지른 듯 우뚝 솟은 인수봉 아래에서 한 남자가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인수봉의 풍경을 화폭에 그리고 있었다. 그는 이어 인수봉 주위를 부지런히 오가며 디지털 카메라로 봉우리를 촬영했다.

북한산(삼각산) 전문 실경산수화가 마해용(51·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2동·사진)씨는 북한산 암벽 등반가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한 전문산악인이다.

“북한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실제 모습을 화폭에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서는 눈으로 보고 것과 함께 몸으로 손수 체험해야만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1998년부터 13년째 북한산 실경산수화 그리기에 전념하는 마씨는 “북한산국립공원처럼 사계절 모습을 달리하며 형형색색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산도 드물 것”이라며 북한산 예찬론을 폈다. 그가 북한산 그림 전문가가 된 이유는 남다르다. “수도권 주민들의 소중한 자연환경 자산인 북한산이 하루가 다르게 훼손돼가면서 본래의 모습을 잃어가는 현실이 안타까워 북한산 그리기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는 설명이다. 그림을 통해 북한산의 아름다움을 전해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려 한다는 것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인 사패산 자락에서 나고 자라 현재도 북한산 기슭에 살고 있는 마씨는 동료화가들 사이에 ‘북한산 지킴이 화가’로 불린다. 그만큼 북한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의 아호는 ‘화산(華山)’. 북한산의 고려시대 이름이다.

마씨는 북한산을 전문적으로 그리기 시작한 뒤 매주 한두 차례 어김없이 북한산을 오른다. 험한 바위가 많기로 유명한 북한산 등반을 위해 암벽 등반까지 배웠다. 그래서 산에 오를 땐 자일과 아이젠, 암벽등반용 등산화(릿지화) 같은 장비는 기본적으로 챙긴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암벽등반 명소인 인수봉을 오르내린 횟수만도 30여 회에 이른다. 그림을 위해 북한산을 오르내린 횟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이러다 보니 북한산의 최고봉인 백운대에서부터 만경대, 진달래 능선 등 북한산 전역은 눈을 감고도 그릴 만큼 눈에 선하다. 눈이 무릎까지 쌓이는 겨울날은 물론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 날에도 산을 올랐다. 이색적인 풍광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산을 오르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여러 차례였다. 태고의 비경을 간직한 오봉과 숨은벽 등은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위험하기로 유명한 곳. 동료도 없이 혼자 이곳을 오르다 미끌어져 암벽에 매달려 있다가 절벽의 나무 위로 떨어져 목숨을 부지하는 일도 겪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수도를 감싸고 있는 명산인 북한산이 요즘은 등산객들이 넘쳐나면서 훼손의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마씨는 “노년에도 북한산의 비경을 실제처럼 계속 그리기 위해 힘이 남아 있는 한 줄기차게 북한산을 오르며 체험할 생각”이라며 “올 연말에는 ‘비경 북한산 기획전’을 북한산 아래서 개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