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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프레스포럼] 월든 벨로 교수 기조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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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오늘날 여러 국가에서 언론과 권력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갈등들은 사안별로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는 언론의 자유 이외의 이슈들이 얽힌 복잡한 상황인 것으로 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자체 검열' 이란 명목하에 권위주의적 정부에 의해 언론의 자유가 제한당하고 있는 상황은 걱정스럽다. 그러나 그 차이가 무엇이든간에 이들 국가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언론의 자유가 타협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 권력에 의한 언론의 위협도 심각한 문제지만, 몇몇 서구 글로벌 언론집단에 의해 정보.여론 및 오락 제품의 생산과 전달이 독점.집중됨에 따라 저널리즘의 정체성이 위협받는 현상도 우려할 만하다.

글로벌 미디어는 매우 짧은 기간에 디즈니.AOL타임워너.소니.뉴스코퍼레이션.비아콤.비벤디.베텔스만 등 다국적 기업 7개사의 지배를 받게 됐다. 이중 6개를 서구가 지배하고 있다.

*** 서구언론 미디어 장악

그 결과 여론 형성 측면에서 네가지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각의 균질화(均質化), 뉴스와 시각의 상업화, 현상 또는 발전과정 간의 관계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보도, 자신의 선입견에 걸맞은 요소만 받아들이는 그릇된 패러다임의 확산 등이 그것이다.

서구 언론은 시각이 다양하다는 견해와 달리, 그들은 논평.보도에서 시각의 균질화라 할 만큼 좁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서구 언론이 한 목소리로 세계화를 찬양했던 게 대표적인 예다.

또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 이르는 동안 경제 전문매체에 나타난 뚜렷한 현상은 보도.여론 형성의 상업화였다.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서구 언론의 보도.분석은 결과로 나타난 현상 간의 관계를 도외시하고, 어떤 사태 진전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게 하는 뿌리 깊은 반분석적 경험주의로 특징지워진다.

이밖에도 서구 언론의 정치.경제분야 보도 및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는 세가지 전제가 있다. 즉 시장의 우수성은 경제적 생활을 보장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자유민주주의는 정치적 생활을 가능케 하는 최고의 가치이며 이 두가지가 서구, 특히 미국에서 결합해 최고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시아의 경제.정치가 서구 또는 미국의 잣대로 재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가 있는 패러다임이다.

*** 亞언론 정체성 찾아야

아시아를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책임있는 언론은 '해체와 재구축' 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기자들은 몇몇 지배적인 언론집단이 전달하는 현실에 따라 은연중에 형성되는 이데올로기적.방법론적 여과과정에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보다 중립적이며, 특정 집단의 이해에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권력과 일부 서구 미디어 집단으로부터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쟁취해야 한다.

박현영 기자

***월든 벨로 교수는…

월든 벨로(56)필리핀대 교수는 진보주의 성향의 사회학자로 유명하다. 선진기업 중심의 세계화를 비판하고, 개발도상국의 부채 탕감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세계무역기구(WTO) 등의 폐지를 주장한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TO 3차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하기도 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필리핀 아크바얀당의 전국 의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대만.싱가포르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에 대해 분석한 "조난당한 용들:위기에 빠진 아시아의 경제기적(1991)" 이라는 저서는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예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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