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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트] 노스트라다무스책 아마존 1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천고마비(天高馬肥)란 대체로 날씨도 좋고 풍요로운 때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데 신복룡 건국대 교수는 그것이 오역이라고 말한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찌는 때가 되었으니 반드시 오랑캐들도 우리를 쳐들어 올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즉 국방에 더욱 마음을 쓰자는 뜻" 이었다는 것이다. 21세기 첫 전쟁을 예고하고 있는 미국과 아랍권의 갈등은 '테러의 세계화' 에 대한 우려를 늦추지 못하게 한다.

신교수의 해석이 아니더라도 '독서의 계절' 가을은 여러모로 책읽기와는 거리가 멀다. 놀기에도 좋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가을은 독서의 계절다운 성찰의 시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국내외 출판.서점가에서 '세기의 테러' 라는 타이밍에 맞춰 뜨는 책을 보면 현실적 불안감을 감안한다 해도 '실용적 가벼움' 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http://www.amazon.com)에서 갑작스레 상위권에 오른 책들을 보자(본지 15일자 42면). 17세기 프랑스의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의 책들이 베스트셀러 1, 4, 5위에 올라있다.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테러용의자 오사마 빈 라덴에 관한 책은 2, 3위에 각각 올랐다.

발빠른 움직임이다. 교보문고측에 따르면 국내에선 테러관련 책의 판매가 급증하지는 않고, 다만 탈냉전시대 서구 기독교권과 아랍 이슬람권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한다.

언뜻 보면 우리가 더 성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스트라다무스가 이번 테러를 예견했다고도 하는데 예견이란 측면에서 헌팅턴이 얼마나 차별성을 갖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헌팅턴이 비교적 세련되고 덜 황당한 문명론을 거론한 점은 인정해야겠지만, 그 '예견된 전쟁' 의 원인을 막을 근원적 대책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우리 모두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이슬람』(청아출판사)의 공동저자 이희수 한양대 교수는 "CNN만을 통해 정보를 얻는 상황은 유감스럽다" 고 말한다. 우리의 눈과 귀를 독점하는 또 다른 수많은 CNN을 변별하는 것 또한 이 가을의 숙제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유엔이 정한 '문명간 대화의 해' 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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