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나] 이윤석 개그맨·'TV 책을 말하다' 진행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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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개그맨이 무슨 책읽기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정말 뭘 모르는 소리다.

능력의 한계를 수시로 절감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견해를 겸손한 마음으로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참고용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말하라면 서슴없이 책읽기와 음악감상을 꼽는다. 스포츠와 잡기를 좋아하지 않아 혼자 즐길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그렇게 된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읽은 책으로 『한국의 주체성』『한국의 정체성』(책세상)을 들고 싶다. 급변하는 세계화 시대에 냉철하게 현재의 자신과 한국인을 되돌아봐야 하는 필요성을 톡 쏘는 방식으로 설득력있게 강조하고 있다.

『인물과 사상』(개마고원)은 실명 거론과 직설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글쓰기로 내게 쇼크를 준 책이다. 요즘 세상이 어떤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돌아가고 또 그들은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참고가 된다.

내 청년 시절을 잡아먹은 책은 『쇼펜하워의 인생론』(범우사)이다. 쇼펜하워에 대한 질투와 섣부른 동조로 지금 생각하면 겉멋 든 방황을 하게 만든 책으로 몇번을 줄긋고 메모하며 읽은 애장품이다. 세 권을 3일 동안 밤 새워 읽은 『링』(씨엔씨미디어)은 지식 전달은 물론 재미에서도 영상물이 책을 따라올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했다.

『개미』(열린책들)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은 다 사봤다. 내 사고의 폭을 넓혀주었으며 인간이 왜 겸손해야 하는지 일깨워주었다.

이밖에 인간의 이기심과 위선적인 모습을 알게 해준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세종서적), 인간의 생존은 단순해 유전자를 전달하는 매개에 불과하다고 말한 『유전자들의 전쟁』(민음사)도 유익한 책이었다.

종교에 관한 통찰을 통해 속을 시원하게 해 준 『1만년 동안의 화두』(들녘)『예수는 없다』(현암사)도 빼놓을 수 없다.

나의 장래 꿈? 그것은 책과 음악을 자유롭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서점을 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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