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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이후 국제 외교안보 각축장으로 떠오른 서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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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 군사적 긴장 피하기 한목소리=미국은 사건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신속히 애도의 뜻을 표한 것을 필두로 4척의 함정을 파견하고 ‘선 천안함 진상 규명, 후 6자회담’을 천명하는 등 한국을 각별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북한 연루설에는 “예단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한 달째 고수하고 있다. 나아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23일 “한반도에서 전쟁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사건 발생 26일 만에 처음으로 애도를 표하고, 남북 간 자제를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미국은 북한 비핵화, 중국은 한반도 현상 유지가 전략적 목표”라며 “양국은 천안함 사건에서도 이런 기조하에 남북 긴장을 최소화하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원인 규명에 적극적인 반면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라는 점과 상하이 엑스포 개최 등을 의식해 가급적 ‘우발적 사건’으로 완화시키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파고 높아지는 서해안=천안함 사건으로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 해군 전력이 증강되고, 이에 북한과 중국이 반발 또는 맞대응해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국 해군은 취약점이 드러난 대잠수함 방어체계를 포함해 서해상 전력을 대폭 강화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 진해 해역까지만 기동해온 미 해군 함정도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역까지 활동범위를 넓혀 북한의 도발을 막고 자체적 영향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미 한·미 해군이 천안함 침몰 이후 한 달간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공동 대응 중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가시화될 경우 북한은 물론 중국도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핵심 해양 출구가 서해안이기 때문이다.

◆6자회담 표류=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해도, 천안함 침몰 원인이 규명되기 전에는 회담이 재개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22일 “다자 간 개입 정책이 한반도 비핵화 진전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회담 재개 시점을 놓고 한·미 간에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중국도 “(천안함 사건과 관계없이) 6자회담 재개가 중요하다”는 발언을 연발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대북 제재를 우선하는 한국과 회담 재개를 강조하는 중국, 그 사이에 있는 미국 간에 게임이 이어질 것”이라 고 전망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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