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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박정권 볼수록 듬직한 SK 4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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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박, 정, 권!”

최근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는 박정권. [중앙포토]

프로야구 SK 팬들이 요즘 가장 신나게 부르는 응원가다. 만화영화 ‘마징가Z’의 주제가를 개사한 이 응원가의 주인공은 바로 SK 4번타자 박정권(29)이다. 이름이 마징가의 정권미사일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박정권이 타석에 들어서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운 센 천하장사’를 목놓아 외치고 박정권은 어김없이 ‘정권미사일’을 날린다.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롯데의 경기. 박정권은 2회 첫 타석에서 선제 1점 홈런을 친 데 이어 5-1로 앞서던 5회에는 쐐기 2점 홈런을 터뜨렸다. 4회 우전안타와 7회 볼넷으로 각각 출루해 3타수 3안타·3타점·3득점의 원맨쇼를 펼쳤다. SK는 10연승을 달리며 2위 두산을 3.5경기 차로 따돌리고 일찌감치 독주 체제에 들어갔다.

4월 초만 해도 SK는 3연패에 빠지는 등 위기감이 느껴졌다. 에이스 김광현이 손등 부상 후유증으로 빠져 있던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박정권의 부진도 한몫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25홈런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했던 박정권이 해가 바뀌자 영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 타율은 나쁘지 않았으나 4번타자로서 해결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8일부터 SK도, 박정권도 달라졌다. 김광현이 복귀한 날이자 박정권이 첫딸 예서를 얻은 다음 날이기도 하다. 김광현이 KIA를 상대로 구원승을 따내고 박정권은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리며 5-2 승리를 합작했다. 이후 4연승을 달린 SK는 13일 한화에만 한 번 졌을 뿐 14일부터 다시 10연승을 질주했다.

4번타자로서 처음 시즌을 맞은 박정권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3할5푼의 타율을 유지했지만 “4번타자의 타구가 아니다”며 스스로 만족하지 않았다. 딸 예서의 태명도 ‘홈런이’로 지으며 홈런타자로 거듭나려고 노력했다. 개막 열흘이 지나도록 홈런을 치지 못했을 때는 “홈런이한테 부끄럽다”며 절치부심했다. 그러다 7일 예서가 태어나고 8일 첫 홈런을 치면서 진정한 4번타자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박정권은 14일과 15일 경기에서 모두 결승타를 치며 팀 10연승의 시작을 주도했다. 20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3-2로 뒤집는 결승타를 때리는 등 SK가 10연승하는 동안 세 번이나 결승타를 책임졌다. ‘기운 센 천하장사’를 외치는 목소리도 높아져만 갔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절정에 오른 기운을 뽐냈다. 20타수 10안타(타율 0.500)에 홈런 세 방, 타점 7개를 몰아쳤다. 시즌 타율은 3할9푼으로 높아져 타격 1위에 올랐고, 홈런도 5개로 김태완(한화)에 한 개 뒤진 공동 2위를 형성했다. 어느 팀 4번타자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적이다. 박정권은 “4번타자인 내게 타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 감각을 살려 더 화끈한 타격으로 홈런과 타점 생산에 주력하겠다”며 더 강한 4번타자로의 성장을 다짐했다.

김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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