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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선 환자가 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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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오늘은 오래 기다리지 않으셨죠." 서울 명동의 한 안과를 다시 찾은정모(25.여.회사원)씨는 병원 코디네이터가 건넨 인사말에 깜짝 놀랐다. 오래전에 늘어놓은 불평을 병원 직원이 고객관리(CRM)시스템 파일에 꼼꼼히 기록해 놓은 것이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16일 선정한 고객만족경영 우수 병원으로 세곳을 선정했다.


◆ 여기 병원 맞아◆

드림성모안과는 '컬러 마케팅'을 한다. 문 앞에서 고객을 맞는 코디네이터부터 의사까지 단계별로 환자의 성격을 가늠해 색상이 다른 스티커를 진료 기록지에 붙인다. 이를 모아 소심한 성격의 고객이라 판단되면 의사가 자세하게 수술 과정을 설명해 환자를 안심시킨다. '고객 만족을 위해 고객의 모든 것을 파악한다'는 게 이들 병원의 고객관리시스템이 내세운 목표다.

물론 의술은 기본이다. 세 병원 모두 첨단 라식수술 같은 앞선 진료기술이 있다.

모델로피부과는 치료방법 연구개발(R&D)에 매출의 10%를 쓴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2001년부터 의료품질보증제도까지 도입했다.

◆ 직원도 내부 고객

고객설문조사나 1대1 응대, 서비스 실명제 등은 이제 웬만한 병원도 다 한다. 환자의 대기시간을 어떻게 줄일지, 환자 비위를 어떻게 맞출지를 놓고 갖은 묘안을 짜낸다. 특히 성형외과.안과.치과.피부과 같은 분야의 중소 개인병원들은 더하다. "환자 유치 경쟁이 피를 말릴 정도"라고 입을 모은다.

요즘엔 의사와 직원 관리가 곧 고객 관리라는 관념도 확산된다.

부산의 참고운치과는 연간 80시간이 넘는 임상교육과 고객만족 교육으로 직원 역량을 높이고 있다. 드림성모안과의 '조이 경영' 역시 직원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병원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차별화는 생존전략

국내 의료산업계는 태풍의 두 눈으로 의료시장 개방과 병원의 영리법인화를 꼽는다. 모델로피부과의 서구일 원장은 "가장 확실했던 의료시장이 가장 불확실한 시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의료시장이 어느새 공급자(병원) 중심에서 수요자(고객) 중심으로 옮겨갔다는 지적이다. 드림성모안과의 엄승용 원장은 "이제 무한경쟁이 의료시장을 지배해 차별화된 서비스나 핵심 치료기술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고객만족 대상의 28개 수상업체 중 병원이 3곳이나 차지했다. 뒤집어 보면 고객 유치를 위한 의료계 사정이 그만큼 절박해졌다는 뜻이다.

홍승일.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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