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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전쟁이다" 미국 국민 테러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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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건국 이래 최악의 테러공격을 받은 미국은 12일 폐쇄했던 연방청사의 업무를 재개했으며, 경찰병력을 동원해 맨해튼으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차단하고 폐허가 된 테러현장 수습에 몰두했다.

뉴욕 시당국은 "맨해튼 자체를 폐쇄하지는 않지만 사태수습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가능하면 직장에 나오지 말고 집에 머물러 달라" 고 호소했다.

뉴욕시 산하 경찰과 소방관의 대부분은 사건현장에 동원돼 있으나 뉴욕시내 다른 지역에서는 약탈과 방화 등의 소요사태는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뉴욕과 워싱턴의 학교에는 대부분 휴교령이 내려진 상태다.

○…테러 발생 직후 구조대원들이 사건현장으로 급파돼 밤새 인명구조작업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4명의 생존자들이 발견됐다. 이중 한명은 임신부였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잔해더미에서 발견된 생존자들은 구조 직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수송됐다.

이에 따라 뉴욕과 뉴저지 일대의 병원에는 부상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뉴욕시청 인근 광장에는 긴급 의료센터가 설치됐으며, 근처 직장인과 뉴욕대학생 등 3백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의료센터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화재로 인한 화상자 2차 감염방지와 호흡곤란을 대비한 산소호흡기가 대량 투입됐다.

○…검은 연기가 치솟는 뉴욕과 워싱턴, 엄청난 연기를 뿜으며 폭삭 주저앉은 초대형 건물, 피흘리는 희생자, 거리에 나뒹구는 휴지 조각, 정신없이 대피하는 군중 등 할리우드 액션 대작에서나 봄직한 장면들을 TV로 지켜보며 국민들은 분을 삭이지 못해 '응징' 과 '보복' 을 외치기도 했으나 곧 정상을 되찾고 피해 복구에 나섰다.

워싱턴DC와 인근 메릴랜드 및 버지니아주가 비상사태를 선언했으나 시민들은 테러 직후의 경악에서 침착을 회복하며 차량통제와 상가 조기철시 등 당국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며 선진 시민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적십자사 등에는 테러 부상자들을 위한 헌혈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으며, TV와 라디오 방송국에는 헌혈 또는 헌금접수와 복구작업 자원신청을 문의하는 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 행정부가 테러조직을 보호하고 있는 국가들을 직접 무력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 발생 당일인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94%가 "테러국가에 대한 군사공격을 감행해야 한다" 고 답했으며, 80%는 "전쟁을 유발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군사공격을 해야 한다" 고 밝혔다.

네바다주 리노의 한 부동산 중계업자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대한 심판은 이 사태를 지켜본 전세계가 내릴 것" 이라며 "세계 초강대국의 면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고 말했다.

○…사건현장인 세계무역센터로 가장 먼저 달려가 구조활동을 벌인 뉴욕시 소속 소방관과 경찰관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직후인 11일 오전 9시에 사건현장에 도착한 2백여명의 소방관들은 빌딩 내부 민간인들의 대피를 돕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피터 간시 뉴욕시 소방국장을 비롯해 지금까지 3백여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최정예로 꼽혀온 제1, 2, 4 구조대의 팀원 전원이 행방불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발생 직후 폐쇄된 국회의사당을 떠나 안전장소로 소개됐던 여야 의회지도자들은 사상 초유의 국가재난을 맞아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원의원인 톰 대슐 민주당 총무와 하원 민주당 총무 리처드 게파트 의원을 비롯한 민주.공화의원 1백여명은 국회의사당 계단에 모여 위기극복을 위한 미 의회의 의지를 과시했다.

대슐 총무는 "의회는 내일 열린다.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이 테러공격을 비난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위로하며 책임있는 자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울 것" 이라고 역설했다.

이들은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God bless America)" 를 합창하고 국가위기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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