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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 사로잡아라…크기도 가격도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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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 (왼쪽부터) 현대차 "투싼", 기아 "스포티지", 혼다 "CR-V"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도 진화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아무리 디젤엔진이라도 육중한 덩치는 견디기 어렵다. 이제는 더 작은 차체에, 유지비와 차량 가격 또한 저렴한 콤팩트 SUV가 인기다.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여성들도 운전하기 쉬운 SUV, 야외 활동에 더 적합한 편의 사양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콤팩트 SUV시장에서는 기아차의 스포티지, 현대차의 투싼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혼다 CR-V 등 중저가 수입SUV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국내 SUV시장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모델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덩달아 SUV에도 연비와 디자인·편의성을 따지는 까다로운 고객이 늘고 있다.

*** 국산.수입 자동차 불꽃 경쟁

스포티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지난 8월 출시된 스포티지는 3개월 동안 1만6400여대가 팔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금까지 3만7000여대가 계약돼 아직 1만8000여대의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 콤팩트 SUV의 선구자는 지난 3월 출시된 투싼이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투싼 열풍'을 이끌어 지난달까지 2만7400여대가 팔렸다. 또 지난 6월 유럽에 진출한 이후 7월 930대, 9월 4509대가 팔리는 등 해외시장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혼다코리아도 지난달 2990만원(2륜구동)~3390만원(4륜구동)의 CR-V를 내놓았다. 고급형 국산 SUV 가격이 2200만~2300만원인 것에 비하면 가격 차가 불과 몇 백만원으로 좁혀진 것이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1999년까지 국내 시장에서 SUV의 판매 비중이 10%를 넘지 못했으나 2001년 18.8%, 지난해에는 28.8%로 높아졌다.

특히 콤팩트 SUV는 구매고객의 30%가 여성운전자다. 수입 SUV 판매 역시 크게 늘고 있다. 2001년 전체 수입차 판매량 중 10%에 불과했던 SUV 비중은 지난해에는 15.5%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김조근 이사는 "주5일 근무제로 주말 야외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아이들 통학과 쇼핑에 편리한 콤팩트 SUV를 찾는 여성고객도 많아졌다"면서 "SUV의 강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승용차 같은 디자인, 편의장치

콤팩트 SUV는 외형과 색상이 한층 세련됐다는 평가다. 스포티지의 경우 하와이안 블루를 주력 색상으로 정하고, 로맨틱 장미.올리브 열매색.커피 원두색.녹금색 등 모두 10가지 색상을 선보였다. 실내 인테리어에도 블랙.베이지.브라운.블루 등 네 가지 색상을 적용했다.

이에 비해 투싼은 청은색.연매실색.연회색 등 은은한 파스텔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CR-V 역시 은색.베이지 등 네 가지 색상을 갖추고 있다. 혼다 코리아는 CR-V의 경우 SUV이지만 승용차 수준의 정숙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스포티지와 투싼은 플랫폼을 공유한 형제차로 기본적인 성능이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근 선보인 콤팩트 SUV는 여성 운전자를 배려한 편의 장치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우선 힙포인트(차에 앉았을 때 지면에서 운전자 엉덩이까지의 높이)를 크게 낮췄다. 기아자동차 김봉경 이사는 "차체 높이와 힙포인트가 낮아져 치마를 입은 여성도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코란도의 경우 힙포인트가 820㎜인데 반해 스포티지는 714㎜, 투싼은 717㎜에 불과하다. 차체가 작아지면서 주차나 코너링도 한결 쉬워졌다. 회전 반경의 경우 CR-V는 5.3m, 스포티지와 투싼은 5.4m로 기존 SUV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스포티지의 경우 안전키를 설치해 불법 복제된 일반 키를 사용했을 때는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했다. 제동성이 좋은 15인치 대형 디스크 브레이크와 BAS(브레이크 보조시스템) 등 승용차급 안전장치도 도입했다.

*** 더 치열해진 연비 경쟁

요즘 SUV 고객이 가장 많이 따지는 대목이다. 고유가 시대에다 정부 정책에 따라 디젤 가격이 휘발유가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디젤 엔진 SUV라도 앞으로는 유지비가 다소 오르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

요즘 선보이는 SUV차량 엔진들은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다. 스포티지와 투싼에 장착된 커먼레일 엔진은 연료 분사 시기, 압력, 분사량을 자동 제어해 기존 디젤엔진보다 출력은 18% 늘고 소음과 매연량은 각각 19%, 20% 감소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각 업체에 따르면 1년 유류비(2륜구동 자동변속기, 연 2만㎞ 주행, 휘발유는 ℓ당 1450원, 경유는 ℓ당 1050원 기준)는 스포티지(161만4900원), 투싼(162만7500원), 혼다의 CR-V(273만6150원) 순이다. 휘발유를 사용하는 CR-V는 경유차인 스포티지와 투싼보다 연료비가 100만원 정도 더 드는 셈이다. 차종별 연비는 스포티지 13.0㎞/ℓ, 투싼 12.9㎞/ℓ, CR-V(휘발유) 10.6㎞/ℓ다.

일반적으로 디젤엔진은 휘발유 엔진보다 비싸고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연비가 좋은 것이 장점이다. 엔진 성능 면에서는 4기통 2400㏄ 엔진을 장착한 혼다의 CR-V가 최고 160마력(6000rpm)으로 2000㏄급인 스포티지와 투싼의 115마력(4000rpm)보다 좋아 초기 가속 능력이 뛰어나다. 등판 능력을 가늠하는 토르크는 스포티지(26.5㎏.m/2000rpm)와 투싼(26㎏.m/2000rpm)이 CR-V(22.4㎏.m/3600rpm)보다 낫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정부가 2006년 부터 현재 휘발유 가격과 경유 가격의 비율을 100대 69에서 100대 85로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디젤엔진은 연비도 좋고 경유 가격이 올라도 휘발유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SUV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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