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노트] '오페라 극장' 은 뮤지컬 전용 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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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국정감사 자료를 훑어보다 눈길이 멈췄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이 요구한 '문광부 산하 각 문화예술기관.공연장 경영수지 현황' 과 민주당 최용규 의원에게 제출된 '예술의전당의 2000년 이후 기획공연과 외부 공연의 대관료 내역' 이었다.

예술의전당이 밝힌 지난해 지출 대비 전체수입, 즉 재정자립도는 87.2%. 예상외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실제 내역은 어떨까. 오페라극장의 경우 외부 대관공연이나 다를 바 없는 뮤지컬 '명성황후' '라이프' '스톰프' , 악극 '비내리는 고모령' , 볼쇼이 아이스발레, 무용 '포에버 탱고' , 그리고 국립발레단 등 상주단체의 정기공연을 자체기획에 포함시켰다. 대관료 납부를 연기해주는 방법으로 그 금액만큼 명목상의 '투자' 를 한 다음, 이를 티켓 판매액으로 돌려받는 식이다.

이른바 공동제작이다. 해당 공연의 경우만 보면 재정자립도는 1백%다. 여기에 홍보 등의 이유를 내세워 수익금에서 챙기는 초과 지분을 보태면 1백20%에 이른다.

공동제작은 흥행성이 보장되고 대관료도 오페라보다 회당 1백만원 비싼 뮤지컬.악극에 집중된다. 상주단체의 공연이라고 해서 모두 공동제작을 하는 것도 아니다.

평균 유료관객 1천5백85명을 기록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는 공동주최였지만 각각 평균 유료관객 7백81명과 3백96명에 불과했던 국립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 '시몬 보카네그라' 는 대관공연으로 처리됐다. 알짜배기 공연에만 손을 내밀어 기획공연의 비율은 물론 재정자립도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오페라극장 공연은 뮤지컬(악극 포함)2백26일, 오페라 42일, 발레 33일, 무용 18일 순으로 나타났다. 뮤지컬이 전체 공연일수의 70%에 이른다.

이쯤되면 오페라.발레 전용극장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 상주단체인 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에 우선권을 준 다음 다른 오페라.발레단의 대관신청을 받고, 그래도 남는 날짜에 뮤지컬.악극.무용을 올린다면 이런 결과가 나올까 싶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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