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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E] 장묘문화 생각해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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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유교적 전통이 강한 조선시대 왕손 가운데 전주 이씨 용장공파가 최근 문중 납골묘를 조성해 화제다. 경기도 성남의 1만5천평 선산에 분묘를 만들 여유가 더 이상 없자 1백30여기의 조상 유골을 화장해 문중묘원을 만든 것이다.

납골묘를 만드는 데 들어간 면적은 1기당 0.2평씩 3백평. 문중묘를 모두 수용하고도 후손들이 3백년 동안 사용할 공간이 남았다. 매장 문화 이대로 좋은지 알아본다.

◇ 매장 묘지 면적과 화장 실태

현재 우리나라의 분묘수는 2천65만기며 면적은 3억9백70만평(1천22㎢)으로 추정된다. 국토의 1%가 넘는다. 묘지 1기당 면적은 15평으로 국민 1인당 주거 공간의 3.5배에 이른다.

올 1월부터 개인 묘지가 9평 이내로 제한됐지만 묘지수는 해마다 17만기씩 늘어나고 있다. 넓이로 따지면 8㎢ 정도로 서울 여의도와 맞먹는다. 그러나 주인 없는 분묘도 8백만기를 넘는다.

화장비율은 1954년 3.6%, 91년 17.8%, 지난해 33.7%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일본 99%, 태국 90%, 홍콩 72%, 영국 68%와 비교한다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땅이 넓은 미국은 12%대지만 분묘 허용 면적은 1기당 1평 미만이다.

화장시설도 포화상태다. 화장로 1기당 하루 적정 처리 능력은 2건인데, 서울의 경우 99년말 현재 4.7건이 넘었다. 전국 평균은 2건이지만 일본은 1.7건으로 낮다.

승화원(화장장) 등 화장시설이 제자리를 맴도니 화장을 원하는 사람들의 불편이 크다. 처리 능력이 달려 몇시간씩 대기하거나 다른 시설을 찾아나서기도 한다. 승화원과 납골시설이 부족한 것은 화장시설을 혐오하는 국민의식 때문이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서초구 원지동 일대 추모공원 건립이 주민과 자치단체의 반대에 부닥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매장묘지가 늘어나는 큰 이유는 전통적인 유교사상과 풍수사상에 의해 명당과 길지를 선호하는 오랜 관습 때문으로 풀이된다.

◇ 활동 주제

①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 진시왕릉에서 출토된 병마용(兵馬俑)은 그들 나라의 주된 관광자원이다. 우리나라도 사극 열풍을 타고 문정왕후.명성황후의 능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역대 왕릉 이름 및 위치를 알아보자(예=세종대왕-영릉(英陵)-여주).

② 매장.화장.토장.수장.풍장.무덤.분.총.영.묘.능.옹관장 등의 뜻을 조사하며, 구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의 장례 방법을 시대별로 정리한다. 이렇게 우리 장례문화를 살펴본 후 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아시아와 유럽국가 가운데 1개국씩 정해 장례 문화를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 각국의 사고 방식을 도출한다.

③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마련이다. 자신의 묘비에 남기고 싶은 글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둘씩 짝을 지어 서로 읽어 주고 질의.응답하며 자연스럽게 죽음에 대해 토의한다.

☞전남 광양의 광양제철초등학교(교장 조경호)는 98년 10월부터 학생들에게 2주에 한시간씩 장례문화에 대한 수업을 한다. 사람의 죽음과 장례절차.납골당.제사.성묘 등을 가르치며 공원묘지나 사설묘지를 찾아 현장학습도 하고 있다. 학생들은 우리 장묘문화의 문제점을 사진.삽화를 곁들인 교재를 통해 배운다.

④ 나는 어떤 장례법을 원하나? 화장을 원한다면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02-765-8111)가 펼치는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에 동참할 의향이 있는가? 이 운동엔 지금까지 1만2천명이 가입했다. 급우들에게 설문해 자신의 생각과 비교하는 것도 좋다.

⑤ 학급 단위로 매장을 좋아하는 모둠과 화장을 좋아하는 모둠으로 나눠 상대방을 같은 편으로 만드는 게임을 한다.

☞먼저 화장을 선호하는 모둠과 매장을 선호하는 모둠으로 나눈다. 다시 화장을 선호하는 모둠은 화장의 장점과 매장의 단점만을 조사하는 모둠으로, 매장을 선호하는 모둠은 매장의 장점과 화장의 단점만을 조사하는 모둠으로 각각 나눈다. 그런 뒤 다시 모둠별로 모여 장점과 단점을 놓고 상대방을 공략할 전략을 짠다. 상대방이 단점을 치고 들어올 때 방어책과 공략을 충분히 세우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매장 선호' 편과 '화장 선호' 편이 1대 1로 토론해 상대방을 설득한다.

⑥ 최근 화장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경제적 요인 말고도 종교계.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과 시민단체의 캠페인 등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부.힘을 과시하기 위해 묘를 크게 쓰거나 명당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발복을 위해 조상 묘소를 옮기거나 호화분묘를 해 말썽을 빚은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관련한 기사를 찾아 캐리커처를 그리고 말주머니를 달아 그들의 입장을 써보자.

⑦ 우리 동네에 화장시설이 들어선다고 하자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는 화장시설이 우리 동네에 들어설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주민.정부 모두 이기는 '윈 투 윈' 협상으로 해결 방안을 찾는다(협상 방법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⑧ 현재 인터넷에는 사이버 추모공원 사이트가 많이 개설돼 있다. 전통 장묘의식과 사이버 문화가 결합해 생긴 이들 사이트를 방문해 사이버 분향소가 성묘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추석에 가족끼리 의견을 나눠 보자.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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