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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과 숙명의 작가전' 가나아트센터서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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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역사에 가정은 필요없다지만, 좀더 살아 작품활동을 했다면 우리 미술사는 그만큼더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작가들이 있다.

불꽃처럼 산 길지 않은 삶을 통해, 한국 미술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 작가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개관 3주년을 기념해 연 '요절과 숙명의 작가전' (10월 7일까지).

이인성.구본웅 등 삼사십대에 요절한 작가를 주축으로, 박수근.권진규 등 50세를 넘겼지만 작품 활동기간이 짧았거나 너무 큰 가능성을 남긴 채 떠난 작가를 포함한 17명의 작품 1백여점을 보여준다. 그동안 요절 작가 서너명을 묶어 전시한 예는 있었지만 이처럼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생략이 대담하고 마티에르가 살아 있는 추상적 작품을 시도하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은 함대정(1920~59)의 초상화 1점과 '국민화가' 박수근(1914~65)의 유채화 '시장의 여인들' 은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번 기획전은 요절 작가들에게 덧씌워진 신비화라는 베일을 벗겨내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미술사적으로 재조명해보는 한편 대중에게 그들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를 기획한 정준모(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씨는 "요절ㆍ단명작가들은 자신의 삶을 단축시킬 만큼 누구보다도 극적이고 소설같은 삶을 살았다.

이 때문에 이들을 지나치게 미화.신비화하는 경향과 이에 대한 반발이 동시에 존재한다" 고 전제하고 "그들의 생애와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신비의 구름을 걷어내고 순수한 예술로서 재평가하고 음미해보자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 라고 말했다.

전시 작가 17인은

▶인상주의 미술을 들여오고 향토성을 개척한 김종태(1906~35).이인성(1912~50)

▶한국 최초의 모더니즘 화가 구본웅(1906~53)

▶표현주의 초기 모더니즘을 개척한 이중섭(1916~56)

▶독창적 작품세계를 창조한 박수근.권진규(1922~73)

▶전후 모더니즘을 개척한 추상파 함대정.김경(1922~65).송영수(1930~70)

▶현대판화의 개척자 정규(1923~71)

▶모더니즘을 새롭게 전개한 최욱경(1940~85).박길웅(1941~77).이승조(1941~90)

▶설치ㆍ전위미술을 개척한 전국광(1946~90)

▶80년대 리얼리즘 미술을 선도한 오윤(1949~86).손상기(1949~88)

▶인간탐구 영역을 새롭게 확장한 조각가 류인(1956~99)등이다. 입장료는 어른 2천원, 어린이 1천원.

한편 가나아트센터는 또다른 개관기념행사로 윤희정.안치환.이정식.김희갑 씨등이 출연하는 '가을밤 오픈 콘서트' (입장료 2만5천~3만원)를 10월20일까지 매주 한차례씩 9회에 걸쳐 열고 있다. 02-720-102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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