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접수 마감… 달라질 대입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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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 수능이 역대 최소 응시 인원으로 치러짐에 따라 대입 판도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특히 자연계 지원 인원이 크게 줄어들어 자연계 고득점 예상자들이 좋은 등급을 받으려는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

수시모집에 원서를 낸 수험생들도 수능 등급을 잘 받아야 최종 합격을 인정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수능 준비에 소홀히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형이 진행 중인 수시2학기 모집에서 합격하더라도 서울대.고려대.성균관대.한국외국어대 등은 수능 2등급 안에 들어야 최종 합격된다. 서울대.포항공대 등은 정시모집에서 수능 1등급을 받아야 지원이 가능하다.

◇ 수능이 최대 관건=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수능에 대해 "4백점 만점을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6~37점까지 어렵게 출제하겠다" 고 밝혔다.

이는 2000학년도 수능 난이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의미다.

올해 수능 응시 인원이 줄어드는 바람에 인문계에서 1등급을 받으려면 석차가 1만6천6백59명 안에, 자연계에선 7천9백57명 안에 들어야 한다.

2000학년도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이같은 인원이 받은 최저 점수는 인문계의 경우 3백61점, 자연계는 3백71점이다. 만일 평가원의 난이도 조절이 또 실패해 지난해 수준으로 쉽게 출제된다면 인문계는 3백79점, 자연계는 3백85점 정도를 받아야 1등급이 된다.

과거 수능 시험에서 고득점자층이 두텁게 분포됐던 자연계의 경우 올해에는 특히 1~2등급 등 상위 등급을 차지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정시모집이 최대 승부처=재학생들이 주로 지원한 수시 2학기 모집의 경쟁률이 평균 10대1에 육박했다. 복수 지원 때문에 여러 대학에 동시에 합격한 합격자가 많을 것이며, 합격하고도 지원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발생하는 미충원 인원은 모두 정시모집 인원으로 넘어간다.

이에 따라 재학생 수험생들은 남은 기간 중 수능 점수를 끌어올려 정시모집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 등급.교차 지원 주의=같은 1등급이라고 하더라도 인문계는 자연계보다 점수가 10점 가량 낮다.

예컨대 인문계 1등급이 수능 3백79점 이상이라고 하면 3백79점을 받은 인문계 응시자는 1등급에 속해 모든 대학에 지원할 수 있지만 자연계는 3백79점이면 2등급에 속해 1등급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대학에 갈 수 없다.

전국 41개 의대 중 25개, 한의대 11개 중 9개는 1등급이면 인문계.자연계생 모두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있다. 3백79점을 받은 인문계 고득점자는 지원이 가능하지만 같은 점수를 받은 자연계 수험생은 원서조차 낼 수 없다.

수능 원서 접수 인원 중 인문계.예체능계의 비중이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은 자연계 수험생들 가운데 수능시험은 인문계나 예체능계로 응시하고 정작 지원은 자연계 학과로 '교차 지원' 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문.자연계 교차 지원이 가능한 건국대.국민대.동국대(일부) 등의 경우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어 수험생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 재수생 변수=재수생 수 감소로 재수생 강세 현상은 약화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고득점을 하고도 원하는 대학.학과에 가지 못해 재수하려는 학생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고 분석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평가실장은 "지난해 수능시험에서 재수생의 평균이 재학생보다 17.7점(1백점 만점 기준)이나 높게 나왔지만 올해 입시에서는 재수생 점수가 높기는 하되 지난해 정도에는 못미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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