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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민사회硏 제3회 포럼] 발제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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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는 '한국의 시민운동, 전환기인가?'라는 주제로 11일 오후 2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5층 조병두 국제홀에서 ‘제3회 중앙 시민사회포럼’을 개최한다.시민사회포럼과 공동개최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의 정치참여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내·외부 문제를 점검하며,시민운동 단체의 모습을 재조명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자리다.

김경동 서울대 사회학 교수가 좌장을 맡으며 서경석(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집행위원장) ·유석춘(연세대 사회학 교수)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정옥(대구가톨릭대 사회학교수) ·이창호(중앙일보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씨등이 발제와 토론자로 나선다.

발제자의 발제원고를 요약한다.

◇ 한국 시민운동은 위기(서경석)=지난 1~2년간 한국의 사회운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총선시민연대활동이다. 그간의 경실련식 운동론을 뒤집은 낙천.낙선운동은 탈법.초법적 운동방법론을 제시하고 국민의 호응을 판단의 근거로 삼는 포퓰리즘적 운동을 전개했다.

그 폐혜는 컸다. 공명선거.준법선거의 틀이 무너졌다. 시민운동은 도덕적인 힘을 상실했고 엄청난 부정적인 부담을 감수해야 했다.

시민운동의 권력화 현상이 생겨났고 내부의 획일주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도 초래했다. 이로 인해 시민운동이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사회는 정반대로 가는 상황이 됐다.

시민운동의 위기다. 근본적인 철학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 정론을 추구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부담없이 참여하는 '시민있는 시민운동' 이 돼야한다.

◇ 한국시민운동의 걸림돌(이정옥)=한국의 시민단체가 선택하는 의제.활동은 국제 시민사회운동단체와는 거리가 있다.

선진국은 시민들의 자원봉사.참여를 토대로 환경.인권.평화 등을 주제로 활동하며 국내외 정치.경제 문제까지 개입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NGO가 정치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분야로 간주되고 정파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평화도 분단현실로 인해 아직 시민운동의 의제가 되지 못한다. 인권도 양심수 문제차원에서 전개돼 정치적 주제로 오인됨으로써 대중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특히 시민운동권과 정치권과의 관계에 대한 불신은 시민운동가 개인의 정치권 진입과 시민운동 의제의 정치화를 혼동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아직 정부.시장에 비해 약한 풀뿌리 NGO들이 많이 자라나야 한다.

◇ 2002년 지방선거 참여(최열)=92년 리우회의 이후 환경문제는 국가중심에서 벗어나 지역주민들이 참여해 개선해가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환경파괴적인 행정이 강하다. 새만금 매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주민과 환경단체들의 합의가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 줄기찬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역부족이다. 따라서 친환경적 지방자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렇지만 지방자치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과 주민은 철저히 소외됐다.

생태주의.사회적 정의.풀뿌리민주주의 등에 가치를 두는 녹색당은 유럽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우리의 정치현실에서 아직은 미지수다. 그 실현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 바로 지방자치다. 그래서 이제는 지방선거에 참여해야 된다.

◇ 한국시민운동의 문제와 바람직한 방향(유석춘)=시민운동 내부에서 현재의 시민운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시민운동이 관심을 끈 이유는 국가의 권력논리나 시장의 이윤추구 논리와는 다른 새로운 사회구성의 논리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시민운동이 정치에 참여해서 권력을 잡겠다는 발상은 경제활동으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 만큼이나 자가당착이다.

권력을 견제하고 시장을 감시하는 시민운동이 권력에 편승하고 나아가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집착한다면 그것은 더이상 시민운동이 아니다. 시민운동가가 정치에 참여하려면 간판을 바꿔달아야 한다. 정당이라고 밝혀야 한다. 무늬만 시민운동이라면 국민을 상대로 한 일종의 기만행위일 뿐이다.

◇ 시민운동, 전환기인가(이창호)=지난 4.13총선 때부터 한국의 시민운동은 정체성 자체가 문제될 만큼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일반국민들과의 관계에서도 복잡한 양상을 띤다. 한국의 시민운동은 이제 '전환이 필요할 때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할 때다.

현재 한국사회는 쓸데없는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햇볕정책만 해도 대북 평화노력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은 없고 단지 속도론과 신중론의 차이일 뿐인데 그것을 진보.보수, 통일.반통일 세력으로 나누어 쓸데없는 이념대립을 하고 있다.

그 논쟁에 시민운동계가 가담해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의견을 모으고 화합에 나서야 하며 그점에서 우리의 시민운동은 전환이 필요한 때다.

홍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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