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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22조 삼성생명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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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① 청약 어떻게

장이 섰다. ‘초대어급’ 삼성생명의 상장이 임박하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예고편 격인 국내외 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요 예측에선 ‘러브 콜’이 쏟아지며 일단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본선인 공모주 청약은 다음 달 3~4일로 예정돼 있다. 증권사들은 10조원가량의 시중 자금이 청약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례적으로 청약 광고까지 내걸면서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선 이유다.

재테크에 관심 많은 사람들, 요즘 온통 삼성생명에 시선이 꽂혀 있다. 보험업계의 독보적 1위라는 프리미엄뿐 아니라 시가총액이 22조원에 이르는 ‘공룡’의 등장이 증시에 가져올 변화와 투자 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공모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삼성생명 공모에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되며 경쟁률도 치솟을 전망이다.

물량 확보를 위한 투자자의 전략 짜기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증권사의 일부 지점은 삼성생명 공모가 진행되는 다음 달 3∼4일의 대출 여력을 확인하기도 했다. 고액투자자 중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청약 한도까지 신청하려는 고객이 있어서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김도형 차장은 “어느 증권사에 청약 물량이 많은지, 여러 증권사에 복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지 물어 오는 등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고 말했다.

◆공모주 청약하려면=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은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우리투자증권, KB투자증권 등 6개사에서 할 수 있다. 청약하려면 청약일 현재 해당 증권사에 계좌가 있어야 한다. 증권사별로 1인 1계좌로 한정되지만 증권사에 각각 계좌를 열고 청약 신청을 할 수도 있다. 계좌를 만든 뒤에는 증권사 지점이나 온라인에서 투자설명서를 받고 청약증거금을 입금하면 된다. 청약증거금은 청약금액(청약주식수X공모가)의 50%다. 청약은 청약기간 중 해당 증권사 지점이나 온라인·ARS를 통해 하면 된다. 홈페이지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온라인으로 청약하면 수수료를 면제받는다. 증권사에 따라 청약 방법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해야 한다. 청약 주식 수에 따라 청약 단위가 달라지는 것도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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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별로 물량 달라=증권사별로 배정 물량이 다르다. 따라서 어느 증권사에 청약했느냐에 따라 경쟁률과 배정 주식 수가 달라질 수 있다. 증권사별 청약 조건을 파악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삼성생명의 일반청약 물량은 전체(4443만7420주)의 20%인 888만7484만 주다. 국내 기관투자가(20%)·외국 기관투자가(40%), 우리사주(20%)를 제외한 것이다. 배정물량은 대표 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309만9510주)이 가장 많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증권사 계좌만 있으면 1인당 10만 주까지 청약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는 신한은행과 17개 제휴 은행에서도 청약계좌를 열면 온라인과 ARS로 청약할 수 있다. 신한은행에서 개설한 금융네트워크 계좌로도 청약이 가능하다. 청약 첫날은 오후 10시까지 야간 접수도 받는다.

우대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증권사도 있다. 삼성증권은 청약 전달까지 3개월간 평균 잔액 2000만원 이상을 유지하면 5만 주까지 청약할 수 있도록 했다. 우수 고객(청약 전월 평균잔액 1억원 이상 등)의 청약한도는 10만 주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우수 고객에게 일반 배정 물량의 20%를 우선 배정한다. 우리투자증권도 3개월 평균 자산 잔액이 3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청약한도의 두 배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KB투자증권은 고객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깎아준다.


하현옥 기자


1위 프리미엄에 외국인들 눈독
공모가 높고 외적 변수 많아

② 투자 수익은

“워낙 변수가 많아서…. 당분간 목표 가격을 제시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한 증권사 보험담당 애널리스트의 말이다. 기업 분석이 업인 애널리스트가 곤혹스러워 할 정도로 삼성생명은 까다로운 회사다. 시가총액이나 브랜드 경쟁력에서 대표급 시중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덩치도 덩치지만 삼성그룹 내에서의 독특한 위상도 감안해야 한다. 객관적인 수치만으론 설명이 잘 안 되는 요인이 많다는 얘기다. 23일 확정된 공모가도 증권가의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예상 뛰어넘은 프리미엄=보통 주가를 따질 때는 주가수익비율(PER)·주가순자산비율(PBR) 등을 본다. 하지만 보험주는 좀 독특하다. 내재가치(EV·Embedded Value)가 우선이다. 한번 계약을 체결하면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미래에 들어올 현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해 자산에 더한다. 여기에 그 보험사의 업종 내 경쟁력,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적정 가격을 추산한다.

공모가로 계산한 삼성생명의 내재가치 대비 시가총액 비율(P/EV)은 1.3배 수준이다. 3월 상장한 대한생명이 1.03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위 프리미엄’을 상당히 받은 셈이다. 최근 상장한 일본 2위 생보사 다이이치생명의 경우 0.7배에 불과했다. 일본 생보 시장의 저성장 탓이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의 키스 폭슨 극동아시아 금융서비스 총괄은 “해외에선 삼성생명을 두고 ‘한국의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말도 나온다”며 “뉴욕이나 런던의 투자자들이 한국의 보험주에 투자를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삼성생명에 눈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가의 양면성=공모가가 높게 정해졌다는 건 상반된 의미를 지닌다. 투자자의 기대가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투자 수익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선 덩치가 크다 보니 각종 지수에 편입돼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펀드들이 삼성생명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에 의한 랠리를 점치는 시각도 있다. 이번 공모 물량 중 해외 기관이 가장 많은 40%를 배정받는다. 하지만 이를 다 받아가도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의 비중은 10%도 안 된다. 적절한 비중을 채우기 위해서라도 시장에서 더 사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장 유통 가능한 물량이 시총의 27% 정도로 적다는 점도 주가에는 유리한 상황이다.

반대의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먹을 게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을 대표하는 대형주가 큰 폭으로 오르기는 쉽지 않아 ‘대박’을 기대하긴 무리”라고 말했다.

과거 큰 기대를 모으며 기업공개를 했던 대형사들의 주가가 그리 좋지 못했다는 점도 경계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상장 4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공모가(40만원)를 밑돌고 있는 롯데쇼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상장한 동양생명도 마찬가지다. 공모가가 낮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한생명은 현재 공모가 대비 15%가량 오른 상태다.

◆외부 변수도 많아=삼성생명은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고리를 차지하고 있는 회사다. 보유 지분이 7.2%에 이르는 삼성전자가 순항을 계속하느냐도 향후 주가의 변수다. 또 삼성생명의 상장으로 그룹 지배구조의 개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원한 한 펀드매니저는 “예컨대 SK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격인 SK C&C의 경우 주가가 기업 가치로는 잘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면서 “삼성생명을 둘러싼 열기의 배경에는 이런 기대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실적과 성장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금융위기 이후 크게 떨어졌던 수익성은 회복되는 추세다. 금리가 오를 경우 보험사의 수익성은 더 좋아진다.

하지만 국내 생보 시장은 점점 포화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솔로몬투자증권 송인찬 연구원은 “ING나 버크셔 해서웨이처럼 국내 빅3는 해외로 나가거나, 보험이 아닌 다른 분야로 진출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코스피 시총의 2% … 인덱스펀드 편입 가능성 커

③ 증시 영향은

삼성생명은 주식과 펀드 시장에도 엄청난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단 시가총액(22조원) 순위가 23일 종가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서 6위다. 금융주의 대표 격인 신한지주(22조5482억원)와 KB금융(21조4425억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 때문에 전체 시장의 수급에 미치는 여파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내 자금을 흡수하면서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운용사들이 삼성생명 편입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펀드의 포트폴리오 조정 과정에서 다른 주식 가격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보험주의 상승세도 삼성생명의 상장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삼성생명을 편입하려고 금융주나 보험주를 미리 팔았다가 삼성생명의 공모가가 오르니 다시 다른 보험주를 사들인 탓에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2%를 넘어 인덱스펀드에 편입될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생명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13.5%), CJ(3.2%)와 CJ제일제당(4.8%)의 주가도 삼성생명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생명의 주가에 따라 펀드 수익률도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공모 주간 증권사의 계열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은 3개월 동안 펀드에 삼성생명을 편입할 수 없다. 만약 상장 후 삼성생명 주가가 빠르게 오르면 이들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이 지수를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삼성그룹주나 다른 보험주, 또는 삼성생명 지분 보유 기업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편입해 수익을 맞춰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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