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생활보호대상 할머니 1천만원 장학금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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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가의 도움을 받아가며 혼자 생계를 꾸려오던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 1천만원을 초등학교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국민 기초생활 보장(생활보호)대상자인 조순만(92.충남 홍성군 금마면)할머니는 지난 3일 채소.과일 행상을 하며 평생 모은 돈 가운데 자신의 장례 비용을 뺀 1천만원을 인근 금마초등학교(교장 이영년)에 장학금으로 전달했다.

평남 신천군이 고향인 조할머니는 6.25때 단신 월남해 혼자 살아왔으며 20여년 동안 행상을 하다 기력이 떨어지자 정부가 극빈층에게 지원하는 생계비 10만6천원과 경로연금 5만원을 받아 단칸방에서 어렵게 생활해왔다.

조할머니는 "국가와 주위의 도움을 받아 살아온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껴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쓰고 싶었다" 며 "더 이상 이웃의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아 장례 비용은 남겨두었다" 고 말했다.

금마면사무소 관계자는 "할머니가 젊은 시절 행상을 하며 한두 푼씩 모은 돈과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을 아껴 장학금으로 내놓은 것 같다" 고 말했다.

홍성=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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