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김재영 전북대 명예교수와 김창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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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는 보통 명패가 하나씩 걸려 있다. 그러나 전북대 사회과학대 206호에는 두 개의 명패가 나란히 걸려 있다. 김재영(69.(右))명예교수와 김창희(49.(左))교수다. 이 연구실은 본래 김 교수가 주인이지만 4년 전 퇴직한 김 명예교수에게 한쪽 공간을 내줘 함께 사용하고 있다.

"등불처럼 내 인생을 밝혀 준 분인데 연구실을 통째로 드려도 그 은혜를 갚기에 부족하지요."(김창희 교수)

두 사람이 사제의 연을 맺고 동행해 온 것은 올해로 27년째다. 전북대 정치학과 74학번인 김 교수는 78년 군 제대 후 복학해 김 명예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스승과 제자로 처음 만났다. 김 교수는 당시 전임강사로 갓 부임한 스승의 열정적 강의에 이끌려 대학원에 진학했고, 이후 토씨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꼼꼼한 가르침을 받으며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자동차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자신의 자전거에 스승의 가방까지 두 개를 나란히 싣고 같이 출.퇴근하곤 했다. 스승은 학문에서뿐 아니라 생명까지 구해준 은인이었다. 어느 날 새벽 갑자기 맹장이 터져 김 교수가 사경을 헤맬 때 김 명예교수는 가장 먼저 달려와 제자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처럼 아름다운 인연으로 맺어진 스승과 제자는 그동안 '치문화와 정치 사회화' 등 일곱 권의 저서를 함께 펴냈다. 최근에는 '한국사상 오디세이'와 '김정일의 딜레마'라는 책을 한 출판사에서 동시에 출간했다.

지난 11일에는 스승과 제자가 함께하는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온 200여명의 참석자는 "사제의 정이 메마른 요즘 시대에 정말 아름답고 귀한 모습"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자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선생님의 학문에 대한 진지함과 성실함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며 "선생님의 가르침이 후학들에게 대물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승은 "제자가 청출어람(靑出於藍)으로 자라준 것만도 고마운데 평생 처음 해보는 출판 기념회까지 함께하게 돼 더없이 행복하다"고 화답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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