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林통일 해임안 표결] 침묵하는 DJ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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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졌다. 모든 판단은 역사에 맡기고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안을 둘러싼 파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을 비롯해 남궁진(南宮鎭)정무.신광옥(辛光玉)민정.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은 일요일인 2일 오전 청와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 표결은 불가피하게 된 것 같다" 면서 "표결 이후의 모든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1일 金대통령이 긴급 소집한 민주당 고문회의(오찬)와 최고위원회의(만찬)에서 '국민을 상대로 한 정치' 로 방향을 잡은 것도 이같은 결연한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金대통령이 이처럼 완강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林장관 해임안 표결은 대북정책이 과거 적대적인 관계로 돌아가느냐, 평화공존 교류를 통해 언젠가 통일로 가느냐에 대한 선택" (朴대변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정치적 어려움을 겪더라도 '햇볕정책' 은 포기할 수 없다는 결의다.

한 고위관계자는 "독일 브란트 총리가 동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양독 정상회담 이후 내각불신임안 제출 등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결국 그때 정부를 공격한 사람들조차 그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는 사례를 들었다.

청와대는 자민련과의 접촉을 포기했다. 실패할 경우 대통령에게 돌아올 부담을 꺼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총장.이상수(李相洙)총무가 2일에도 자민련 이양희(李良熙)총장.이완구(李完九)총무와 비공식 접촉을 계속했다.

金대통령은 2일 관저에서 韓실장에게서 간단한 보고만 받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고 내용도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의 시나리오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표결 이후에 대한 구상에 들어간 것이다. 南宮수석은 "폭풍 전야(前夜)처럼 조용하다" 고 청와대 분위기를 전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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