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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인터넷은 '아바타' 열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달 28일 밤 12시 온라인 게임 리니지(http://www.lineage.co.kr)사이트. 게임 속의 성(城)안에 40여 사이버 캐릭터(아바타)가 모인 가운데 남자 기사 캐릭터와 여자 요정 캐릭터가 결혼을 선언했다.

그러나 캐릭터를 움직이는 실제 게이머 두 사람은 얼굴조차 본 적이 없다. 리니지 관계자는 "게임 접속자가 대부분 10대 청소년이지만, 이미 5천 커플 이상이 사이버 공간에서 결혼하는 등 또 다른 삶을 마음껏 체험하고 있다" 고 말했다.

회사원 K씨(40.서울 홍제동)는 한 게임 사이트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젊은 여성으로 택했다. 채팅 때 "어머" 같은 여성의 말투를 쓰는 것은 물론 간혹 실제 만남을 청하는 남자들에게 "당신은 어떤 타입이냐" 고 관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바타 열풍이 불고 있다. 10대는 물론 30~40대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게임.커뮤니티.채팅 사이트 등에 저마다 분신을 만들어 놓고 다른 아바타들과 대화.연애.결혼.이혼을 한다.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현상이다.

관련 업계는 국내 아바타 사용 인구가 1천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 한곳만 아바타 회원이 1백30만명에 이른다.

아바타가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업체들은 아바타에게 입히는 옷이나 장신구 등 이른바 '아이템' 을 1천원 내외로 유료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커뮤니티 사이트 세이클럽(http://www.sayclub.com)은 지난해 11월 유료화한 뒤 지금까지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편에서는 청소년들이 아바타 장식품을 사는 데 거액을 낭비하거나, 사이버 공간에서 음란한 대화를 나누고 아이템을 선물받는 등의 부작용도 일어나고 있다.

민경배 사이버문화연구소장은 아바타 열풍에 대해 "익명성의 매력과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대리만족, 그리고 잘 꾸며진 아바타로 인기를 끈다는 스타 추구성 등이 결합된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문화현상" 이라고 말했다.

권혁주.이승녕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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