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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3기 독자위원회 8월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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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제3기 독자위원회(위원장 金鼎基 한양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려 본지 8월 보도 내용과 편집 방향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金위원장과 신종원(辛鍾元)서울YMCA 시민사회개발부장, 김주영(金柱永)변호사, 조은경(曺恩慶)춤지 편집장, 안재홍(安宰弘)프런티어 이노베이션 상무, 이필상(李泌相)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등 독자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본지에서는 김기평 여론매체부.김석기 전국부.노재현 정치부.이철호 경제부.채인택 국제부.조현욱 문화부 차장이 참석해 답변했다.

▶김정기=8월 중앙일보는 기획특집 풍년이었다. 특유의 기획력.취재력을 발휘해 자폐아(1~3일자), 폐경 여성(6~9일자), 중국동포(14~17일자) 등 그늘진 곳의 문제를 잘 다뤘다. 특히 중국동포 기획은 인권.정체성.근로자 차별 등 복합적인 문제를 잘 지적했다. 다만 현지 취재와 국내외 전문가 의견이 충분히 지면에 반영되지 못해 아쉽다.

▶안재홍=중국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어 중국동포 실정을 잘 안다. 또한 내국인 갈등.도박.윤락 등 부정적인 측면을 주로 조명했다. 하지만 서울 구로구 등에선 중국동포가 없으면 중소기업 공장이 안 돌아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도 부각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조은경=1면에 정치기사만 나오다가 폐경 여성 기사가 실려 신선했다. 한편 자립형 사립고 문제에 관해 사실 위주로만 보도할 뿐, 어느 한 쪽의 의견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학부모 의견도 묻고 설문조사도 해 한쪽 입장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이필상=1일 김만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정부 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기사와 칼럼의 시각이 달랐다. 10일자 '정운영 칼럼' 에서는 '사회주의' 용어의 정략적 사용 등 문제점을 잘 짚었으나 일반 기사에서는 색깔 논쟁을 흥미위주로 부각해 씁쓸했다. 중앙일보가 제정한 '미당 문학상' 본심 후보작이 7일자부터 계속 소개되고 있다. 친일 논쟁이 분분한 미당 서정주를 추모하는 상을 꼭 제정해야 하나.

▶조은경=문학상 제정은 신문의 CI(기업이미지 통합)작업과 관련 있으니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당을 문학적인 측면에서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20일자 1면 '손님 내모는 관광의 해' 기사는 택시.숙소 등 늘 지적되던 문제를 다뤄 식상했다. 한국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어야 한다.

▶김주영=9일자 공정위 관련 보도는 균형감각을 잃었다. 1면 머리기사는 공정위가 규제에 치우치고 있다는 전경련측 비판 위주였다. 3면에서는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이 이의신청 하거나 혐의를 부인한다고 해서 공정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34면 전문가 의견에서는 대부분이 공정위가 경쟁을 저해하지 않고 오히려 촉진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표제는 '경쟁촉진 위주로 개편해야' 였다.

▶이필상=3일자 1면에 '김정일 열차에 총탄 자국□' 이라는 사진기사가 실렸다. 그 사진만으로는 김정일이 탄 열차가 총격을 당했는지 잘 알 수 없었는데 지나치게 크게 다룬 것 아닌가. 또한 통일축전에 참석한 남측 대표단의 만경대 방명록 등에 대해 17일자 1면 머리기사 등으로 크게 다뤘다. 북한 문제에 대해 국민 감정을 부추기는 안보 상업주의적 접근 아닌가.

▶신종원=주 5일 근무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팽팽한 상황에서 6일자 2면에 주5일 근무 땐 연간 휴일이 크게 늘어난다는 대한상공회의소측 주장을 여과없이 실었다. 휴일이 겹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계산한 수치를 보도한 것도 문제다. 또 휴식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조은경=1일자 11면 책 전면광고에 7월 28일자 37면 서평기사가 그대로 인용됐다. 중앙일보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린 광고에 그대로 전재되는 것은 독자에게 혼란을 가져올 뿐더러 낯뜨거운 일이다.

▶신종원=4일자 29면 서울대 신입생 중에 부유층 자녀 많다는 기사를 흥미있게 봤다. 하지만 지난해보다 부유층 자녀수가 2~3% 늘었다고 해서 의미있는 증가 추세로 해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와 지식의 세습화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문제다.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해 심층적으로 다뤘어야 한다.

▶김주영=14일자 중앙포럼 '일단 기업을 믿자' , 20일자 중앙시평 '대기업 정책의 딜레마' 등은 일방적으로 대기업을 옹호하는 느낌이었다. 대기업 정책 관련 보도에서 보다 균형감각을 갖췄으면 한다.

▶이필상〓이번 통일축전은 분단 이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민간교류였다. 내년 행사 때 북측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상당한 성과도 있었다. 이런 점은 간과하고 해프닝성 보도가 주를 이뤄 아쉽다. 특히 23일자 1면 머리기사 '백두산 방문 때 김정일 찬양 글' 은 사실 여부와 의도 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파적으로 보도한 것 아닌가.

▶중앙일보=여러분의 지적에 감사드린다. 지면 제작에 반영하겠다. 7월에 기존의 기획취재팀을 해산, 각 부서에 분산 배치했다. 자폐아 등 기획기사는 개편 뒤 첫 작품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 현실과 학부모 입장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어느 한 쪽 주장을 지지하기 힘들다.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겠다.

색깔론이 국민정서라는 프리즘을 거치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보도할 때 더욱 신경쓰겠다. 한국에서 시인을 한 명만 꼽는다면 이론의 여지 없이 미당 서정주다. 과거 청산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그의 문학적 성과는 존중해야 한다. 9일자 공정위 보도는 전경련 발표 전에 미리 기획한 심층취재다. 공정위의 규제를 위한 규제 사례가 많이 수집돼 보도한 것이다.

김정일 열차 총탄자국은 중앙일보와 협력 취재한 러시아 유력지가 군사 전문가들을 동원해 저격수용 AKM7.62 경기관총탄 자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러시아는 아직 완전히 개방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보도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의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에 러시아지 보도를 인용해 실은 것이다.

만경대는 김일성 생가다. '만경대 정신' 이라면 누구라도 김일성 정신으로 해석할 것이다. 방명록의 한 구절이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가 쓴 것이기 때문에 보도했다. 서평 기사는 출판사가 임의로 광고에 이용한 것이다. 담당기자가 출판사에 항의해 그 광고를 싣지 못하도록 했다.

정리=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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