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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머니 범죄 갈수록 기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최근 인터넷 H사의 포커게임에 빠진 朴모(42.회사원.대구시 성당동)씨는 사이버 포커머니를 사느라 한달 만에 1천여만원을 날렸다. 20만원 짜리 사이버머니 2백조원을 사들였다가 며칠도 안돼 모두 잃고 다시 사들이기를 반복하면서다. 그에게 온라인 가상세계에서나 통용되는 판돈을 현찰을 받고 팔았던 일당이 28일 경찰에 적발됐다. 조사 결과 드러난 朴씨 같은 피해자는 수만명.

포커.화투 등 인터넷 도박.게임에 사용되는 사이버머니나 게임아이템을 훔쳐 현실세계에서 거액을 받고 파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가 기승이다. 급증하는 온라인 게임 중독자들을 노린 이들 범죄는 전문 해커가 고용된 첨단기술이 동원되는 등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법으로 조직.기업화하고 있다.

◇ 해커 고용비 5천만원=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8일 인터넷 도박 게임회사의 전산망에 침입해 사이버머니를 훔친 뒤 이를 네티즌들에게 팔아 10억원을 챙긴 혐의로 崔모(36)씨 등 6명을 구속하고 金모(25)씨 등 13명을 입건했다.

崔씨 등은 지난 6월 모 공대 중퇴생인 프로그래머 申모(24)씨 등 해커 두명을 고용해 A게임사의 사이버머니 생성기에 침입, 1만9천여개의 ID를 임의로 만든 뒤 2백조원씩의 사이버머니를 채워 넣은 혐의다. 이들은 주민등록번호 생성기를 통해 가짜 주민등록번호를 만들어 게임사에 ID를 등록하는 수법을 썼으며, 申씨 등 두 해커에게 5천만원을 대가로 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렇게 만들어낸 사이버머니를 ID 한개당 15만~20만원씩 朴씨 등에게 팔아 9억8천여만원을 챙겼다. 판매는 閔모(30)씨 등 11명의 판매책을 통해 이뤄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사이버머니 매매업자에게 매수된 고교생 해커 崔모(19)군이 착수금 1백20만원을 받고 국내 최대 인터넷 게임사인 H사의 사이트를 일곱차례나 해킹, 구속되기도 했다.

◇ 퍼지는 온라인 도박 중독=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최근 집계한 인터넷 도박업체는 유료사이트 23개 등 총 50여개. 숨어 있는 사이트 등을 감안하면 1백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중 가장 널리 알려진 도박.게임 사이트 H사는 가입자가 1천2백만명에 이를 정도로 호황이다.

일부 사이트는 회원들에게 사이버머니를 팔고 도박을 할 수 있게 한 뒤 일정금액 이상의 사이버머니를 축적하면 현금과 바꿔주는 방법을 사용하거나, 온라인 고스톱.포커 대회를 열어 참가비 명목으로 3만~5만원씩을 받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T업계는 특히 중.고생의 80% 이상이 사이버머니를 이용한 이들 오락.도박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단속할수록 값 뛰어=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강승수 대장은 "단속이 강화될수록 불법거래되는 사이버머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며 "사이버머니의 매매는 개인간 사계약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시중에서 거래되는 사이버머니의 대부분이 해킹 등 불법행위에 의해 적립된 것으로 파악된다" 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인터넷 중독 온라인센터' 를 운영 중인 고려대 권정혜 교수는 "온라인 게임중독자들은 사이버머니와 게임아이템 등이 온라인 내에서만 가치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현실세계에서 이에 대한 시장이 생기고 범죄를 유발하고 있다" 며 "인터넷오락은 폭력성이 강하고 돈에 대한 현실감각이 줄어 병적인 도박과 거의 비슷하다" 고 지적했다.

정현목.성호준.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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