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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래세 추가 인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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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청와대와 정부.열린우리당은 15일 종합부동산세 도입 방안에 대한 고위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주 정부와 여당이 종부세 도입 방안을 확정했지만 여권 내부에서조차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12일 의원총회를 열고 종부세 도입 법안을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이 적지 않아 이를 보류하고 15일 당.정과 청와대가 다시 만나 추가로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일각에서는 경기를 띄워도 시원찮은 판국에 굳이 보유세를 늘려야 한다면 거래세를 더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부터 거래세인 등록세율을 현재 3%에서 2%로 낮추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거래세 추가 인하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치인들이 명분상 보유세는 시비를 못 걸고 거래세만 집중 공격한다"며 "거래세 1%포인트를 낮추면 세수가 22% 줄어든다"고 말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여당 내부에서까지 종부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이와 관련, 당.정.청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핵심 관계자는 "법안 심사 과정에서 등록세율을 당정 합의안인 2%보다 더 내리거나 지자체가 조례를 통해 등록세율을 추가 감면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명시하는 방안 등의 보완책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마련된다. 신규 분양한 아파트의 경우 세부담 상한선(전년 대비 50% 증가)이 없어 같은 값의 기존 주택보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이 기존 아파트 보유자보다 많은 보유세를 내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도 신축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주택과 같이 세 부담 상한선 50%를 적용하도록 내년 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합리적 기준을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신축 주택의 경우 주변의 비슷한 조건을 가진 주택의 올해 세 부담을 기준으로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주변 지역의 집값이 천차만별이고, 주변 아파트 간에도 가격 차이가 커 기준 마련이 쉽지 않다. 또 현재 기준시가가 같은데도 건축 기간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아 또 다른 불공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 불공평 낳는 세 부담 상한선=불공평 과세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며 내놓은 보유세 개편안이 오히려 불공평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값이 몇 배 뛴 주택은 보유세가 상대적으로 조금밖에 늘지 않는다. 보유세를 전년보다 50%까지만 더 내게 되는 상한선 때문이다. 이 주택이 다음해에도 집값이 뛰었다면 여전히 50% 상한선에 묶여 세금 절감 효과가 누적적으로 발생한다. 반면 값이 조금 오른 주택 소유자는 상한선 50%에 걸리지 않을 경우 집값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상한선 때문에 재산가치가 올라가는 것에 비례해 보유세가 늘지 않는 것이다.

새로 주택을 사는 경우에 대해 세 부담 상한선이 적용되는 종전 재산세 부담을 어떤 기준으로 하느냐도 논란의 대상이다.

예컨대 이전 집주인이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어 종부세를 냈다면 종부세 대상이 아닌 새 주인의 종전 재산세 금액이 1가구 1주택일 경우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1가구 1주택을 기준으로 계산한 종전 세금을 기준으로 하되 세부 방안은 계속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 단독주택 시세 반영도 문제=단독주택과 아파트 간의 보유세 형평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단독주택에 대해서도 아파트 기준시가와 비슷한 '공시주택가'를 산정해 내년 4월 말까지 공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호화 단독주택처럼 거래가 뜸한 경우 시세 파악이 쉽지 않다. 정부가 공시하는 가격과 이를 기준으로 한 보유세 규모를 둘러싸고 형평성 시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6억원짜리 주택 한 채(124만원)를 갖고 있는 사람이 2억원짜리 주택 세 채(72만원)를 갖고 있는 사람보다 세금을 많이 내거나 8억원짜리 주택과 5억원짜리 나대지, 39억원짜리 사업용 부동산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데 기준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 대상인 문제도 있다.

은퇴자에 대해 똑같은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세금은 소득으로 내는 것이므로 보유 주택의 가치는 높지만 별 소득이 없는 은퇴계층에는 보유세 인상이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령층의 과도한 재산세 부담을 감면해주는 미국과 비교된다. 그러나 정부는 심정적으로 보면 가능한 얘기일 수 있지만 이번 부동산 보유세 개편 취지나 골격과는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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