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왕좌왕 갈피 못 잡는 부동산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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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내놓는 각종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안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첫째 반응은 한마디로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도대체 뭘 하자는 것인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내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종합부동산세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전에 위헌 시비가 이는가 하면, 온갖 불합리와 불형평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오죽하면 야당인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조차 졸속 도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반대의견이 속출하겠는가.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맞물려 낮추기로 한 등록세와 취득세 등 부동산 거래세는 얼마나 낮출지를 놓고 당정 간에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29 부동산 투기대책의 핵심사안으로 발표했던 1가구 3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방침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연기할 것을 검토 중이란 얘기가 나온다. 토지거래 허가지역에서 허가면적 기준을 강화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규제개혁위원회의 제동에 걸려 무산됐다.

정책이 갈지(之)자 걸음이니 가뜩이나 위축된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당장 집을 사거나 팔아야 할 거래 당사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내가 부담해야 할 세금이 얼마가 될지, 규제가 풀리는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규제가 발동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돼버렸기 때문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 스스로가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는 잡아야겠고, 그렇다고 부동산 경기를 다 죽일 수는 없으니 정책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정책 선택의 고민은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진작 했어야 했다. 문제점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도 충분히 거쳤어야 했다. 그때그때 눈앞의 필요에 따라 불쑥불쑥 정책을 발표해 놓고 나중에 문제가 불거진 뒤에 수습하려니 일이 더 꼬인다.

부동산 거래는 일반 국민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경제거래다. 부동산 정책이 신중하게 결정되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