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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8·15행사 추진본부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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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평양 8.15 민족통일대축전과 관련, 일부 방북단원들이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를 받게 되자 남측 추진본부 안팎에선 그들의 돌출행동이 정도 이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번 행사에서 나름대로 거둔 성과가 돌출행동 파문에 가려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내재해 있다.

'2001 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가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족통일대축전이 남북 당국 사이의 대화가 일시 단절된 상황에서 민간이 만나 6.15 선언의 실천의지를 확인하고,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을 지속시키고 확대하는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 고 자평한 것도 이같은 맥락의 일환으로 볼수 있다.

추진본부 안팎의 목소리는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8.15 행사 기간 중 3백11명의 남측 방북단 가운데 일부 인사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남남 갈등' 이 심화하는 등 물의를 빚은 데 대한 자성이다. 다른 하나는 이같은 사태에도 불구하고 남북 민간교류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데 대한 합당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21일 평양 고려호텔에서 발표한 공동보도문에 나오듯 내년 8.15 행사에 북한대표단이 서울행사에 참석한다는 데 합의한 점은 큰 성과다.

당국간의 약속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같은 합의가 실제로 지켜질지는 두고봐야 하나 당국대화 단절 상황에서 남북을 왕래하는 민간교류의 단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야별 토론회 등을 통해 이룬 성과는 종교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남측 천주교 신자들은 일요일인 19일 오전 평양 장충성당에서 남측 23명, 북측 80명의 신도가 참석한 가운데 남측 대표단장인 김종수 신부의 집전으로 공동미사를 올렸다.

남북한 기독교계도 한국그리스도교 협의회를 설립하고 추수감사절 행사를 금강산에서 공동으로 갖는다는 데 의견이 접근했다.

불교계는 사상 처음으로 남북 해외의 불교계와 원불교의 공식대표단이 합동법회를 가졌고, 민족종교는 10월 3일 개천절 때 단군릉에서 민족공동행사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제대로 서울에 전달되기에는 만경대 방명록 사건 등 돌발사태의 파장이 너무 컸다는 게 추진본부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행사를 무난히 치러 '이적단체' 의 너울을 벗으려던 범민련 남측본부측은 "행사기간 중 강령에서 연방제 통일 대목을 제외하는 등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였는데 간부들이 '사전접촉' 혐의로 구속되는 바람에 모양이 좋지 않게 됐다" 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범민련의 강령 개정에는 6.15선언을 연방제 통일방안과 동렬화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북한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결국 이번 행사의 파문을 계기로 실정법 테두리 내에서 단계적으로 민간차원의 대북교류가 이뤄져야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지적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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