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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음식점·제과점 … ‘추억 되살리기’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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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대 째 가업을 이어오는 대전시 동구 대성동 평양순두부집에서 손님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금이야 두부 요리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단했습니다. 우리 식당에 앉을 자리가 없어 손님들이 밖에서 20m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릴 때가 허다했죠.”

21일 낮 12시20분 대전시 동구 대성동 평양순두부집. 200여㎡ (60여 평) 남짓한 음식점에는 손님 30여명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20년이 넘은 허름한 4층짜리 건물 지하와 1, 2층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이 음식점은 대전에서 소문난 순두부 전문집이다.

이 음식점 사장 이문제(56)씨는 돌아가진 할아버지 이한종씨 때부터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평양순두부집이 이 곳에 터를 잡은 것은 1959년으로 51년이나 됐다.

이씨의 부인 윤오숙(56)씨는 “돌아가신 시할아버지가 한국전쟁 때 피난와 마땅히 할 것이 없어 20여 평 정도의 초가집에서 북한식 순두부 음식점을 차렸다”고 말했다.

평양순두부집의 성공은 10년 전 이씨의 아버지 이동식(작고)씨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아 장사를 할 때까지 이어졌다. 당시 이곳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200명이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100여명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요즘은 주로 순두부 맛을 잊지 못하는 단골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이씨는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서양음식을 즐기는 젊은 층이 늘면서 손님이 줄기 시작해 지금은 겨우 인건비만 건질 정도”라며 “장사가 안돼 주방·화장실 리모델링도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대전시가 이처럼 가업을 잇거나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추억의 업소(음식점·제과점·이발소 등) 살리기에 나섰다. 대전에서 3대째 가업을 잇거나 30년 이상 영업해온 제과점과 음식점 등이 대상이다.

시는 대전지역 추억의 업소 296곳을 대상으로 전통업소 인증 표창을 한다. 또 이들 업소를 소개한 홍보책자를 제작해 배부키로 했다. 시 인터넷 사이트에 맛 집을 소개하고 시정백서에도 싣는다. 업소당 5000만원까지 노후시설을 개선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는 다음 달 17일까지 대전지역 전통업소 수와 재정상황 등 실태를 파악한 뒤 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간담회,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글=서형식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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