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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초아, 결혼 뒤 골프에 흥미 잃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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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2007년 랭킹 1위 등극을 앞두고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있는 오초아. [멕시코 AP=연합뉴스]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21일(한국시간) 전격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LPGA 투어 홈페이지를 통해 “23일 멕시코시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오초아는 은퇴 이유로 “가정과 자선재단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여제 이전에 여자라고 하지만 골프에서 28세 은퇴는 너무 이르다. 오초아는 지난달에도 “몇 년 더 선수생활을 한 뒤 가정에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2년 전 37세로 은퇴했다. 그것도 오초아에게 밀려난 후 내린 결단이다. 오초아는 역시 28세로 은퇴한 보비 존스 이후 골프에서는 처음으로 정상에서 은퇴하는 선수가 된다. 기자회견이 예정된 23일은 오초아가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지 정확히 3년째 되는 날이다.

오초아는 완벽한 선수였다. 공을 멀리 치고 아이언은 정교하며 퍼트까지 예리했다. 코스 밖에서는 음지의 사람들에게까지 자상한 손길을 내미는 천사였다.

그런 오초아가 2008년 하반기부터 흔들리기 시작됐다. 아이 셋을 가진 이혼남으로, 에어로 멕시코의 CEO인 안드레스 코네사가 골프장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둘은 12살 차이가 났다. 오초아 집안에서 반대가 심했다. 2008년 말 바티칸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오초아에게 전 세계 홍보대사직을 제의했다. 그가 교황청 관계자에게 코네사와의 관계를 얘기한 뒤 제안은 취소됐다. 오초아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종교와 사랑 사이에서 경기도 들쑥날쑥이 됐다. 지난해 가까스로 올해의 선수상을 지키기는 했지만 이전의 오초아가 아니었다. LPGA 투어에서 가장 상냥한 선수라는 얘기를 듣던 그가 짜증을 못 이겨 공을 발로 차고 그린에 던져버리는 일이 가끔 목격됐다.

LPGA 투어 사람들은 58번 함께 경기에 나가 21승을 만든 캐디 데이브 브루커를 해고한 일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둘은 따뜻한 배려를 하는 사이였다. 2007년 얘기다. 오초아는 브루커에게 “아이들 세례를 시키라”고 설득했다. 브루커가 듣지 않자 “내가 몇 번 우승하면 생각을 바꿀 거냐”고 물었다. 브루커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 하겠다”고 했다.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오초아는 그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런 그가 브루커를 해고한 것이다.

오초아는 코네사의 자식 셋을 키운다. 가장 큰 아이는 16세다. 오초아와 12살 차이가 난다. 오초아는 결혼과 함께 고향인 과달라하라를 떠나 무장 경호원이 삼엄하게 경비하는 멕시코시티의 최고급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지난 1월 J골프 취재팀이 방문했을 때 “결혼반지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초아가 더 이상 골프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임신설도 나온다. 가톨릭 신자인 오초아는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 아이를 낳고 B급 선수로 남는 것도 쉽지 않다. 오초아는 “1등 말고는 다른 것은 하고 싶지 않다. (게임에) 100% 전념할 수 없다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소렌스탐도 그런 이유로 골프에서 떠났다.

오초아가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입회할 조건을 갖췄지만 투어에서 10년을 뛰어야 한다는 규정은 채우지 못했다. 오초아 주위에선 “골프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 후일을 기약하는 ‘일시적 이별’이다”고 했다.

그의 은퇴로 LPGA 투어는 권력의 진공상태가 됐다. 아시아 한·중·일의 대표주자인 신지애, 청야니, 미야자토 아이가 골프 랭킹 1위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소렌스탐이나 오초아 같은 강력한 여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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