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 넣을까 말까 … 허정무 퍼즐의 마지막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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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동국(사진) 딜레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일 열린 월드컵 트로피 한국 투어 행사에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23명 엔트리에 대해 “지금껏 선수들을 걸러왔다. 엔트리 구상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허 감독의 마음속에 23명 최종 엔트리 중 한두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공격진의 박주영, 미드필드의 박지성·이청용·기성용·김정우, 수비진의 조용형·곽태휘·강민수·이정수·이영표·오범석, 골키퍼 이운재·정성룡 등은 허 감독의 든든한 신뢰를 받고 있다. 이 밖에 이근호·안정환·김남일·김재성·차두리·김영광 등의 23명 엔트리 진입이 유력하다. 허 감독은 “다만 공격진을 결정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이 고심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은 이동국이다.

이동국은 지난해 K-리그 득점왕을 차지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올해도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다섯 경기에서 연속 골을 터트리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허 감독은 이동국 발탁을 고민하고 있다.

한국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박주영·이근호(주빌로)의 스몰-스몰 조합으로 통과했다. 한국 공격의 취약점은 힘과 높이를 겸비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거다. 허 감독은 겨울 전지훈련 때 1m87㎝의 이동국과 함께 1m96㎝의 김신욱(울산), 1m88㎝의 하태균(수원)을 소집해 테스트했다. 이들 중 지금껏 생존한 후보는 이동국이다. 최근 득점 감각을 감안하면 월드컵 엔트리 포함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허 감독은 이동국을 빼고 다른 포지션을 강화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깃형과 스몰형에 상관없이 공격수에게 엄청난 활동량과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하는 현대 축구의 흐름 때문이다.

이동국도 수비 가담에 신경쓰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타깃형 공격수의 기본 의무인 ‘파워 싸움’에서도 이동국이 상대 수비진을 압도할지 물음표다. 조별예선에서 한국이 상대할 중앙 수비수는 그리스의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1m92㎝·85㎏·리버풀), 아르헨티나의 마르틴 데미첼리스(1m84㎝·78㎏·바이에른 뮌헨), 나이지리아의 조셉 요보(1m88㎝·76㎏·에버턴) 등이다. 이 선수들을 이동국이 힘과 높이에서 제압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허 감독의 생각인 듯하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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