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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PB센터 "따로 모십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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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하나은행은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단지 내에 있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1층 로비에 지점을 연다. 특급호텔 구내에 은행 지점이 들어서는 건 국내에서 처음이다. 호화로운 호텔 1층 로비에 100평 규모로 만들어지는 '하나은행 강남 웰스매니지먼트센터'다.

이 센터는 보통 5억원 이상의 돈을 맡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 프라이빗뱅킹(PB) 센터와는 달리 10억원 이상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은행 측이 이 센터를 연 것은 '부자고객'들의 주요 활동장소가 호텔이라는 점에 착안해서다.

고객 분석 결과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건강을 관리하고 호텔 안에 있는 커피숍과 고급 음식점을 이용하는 빈도가 높았다.

이들의 동선(動線)에 은행 서비스를 포함시키면 기존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본 것이다.

호텔 측도 마침 식당 자리가 빈 데다 드나드는 고객의 고급 금융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은행의 PB센터 특화 경쟁이 치열하다. 부자고객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추거나 관심이 비슷한 특정 직업군을 주목표로 하는 PB센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부자동네의 고급 건물에 센터를 내고 인근 부유층을 찾아나서는 게 아니라 주 고객층을 먼저 정하고 자리를 정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개설 방식과는 정 반대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 법무법인과 변호사 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부근에 '서초PB센터'를 열었다. 센터장도 법대 출신을 임명했다.

법조인들은 위신과 체면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부분 예금 위주의 단순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분석. 이들에게 심리적 밀착도를 높이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은행이 지난 6월 개설한 여의도 PB센터는 방송국 관계자와 연예인, 외국계 기업의 CEO를 겨냥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의사 전용 센터인 '닥터클럽'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연체나 부실률이 제로에 가까운 이들을 확실한 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해 비즈니스센터는 물론 소모임이나 학술회의 공간까지 갖춘 점포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나은행은 서울을 시작으로 의사 밀집 지역에 닥터클럽을 내고 개업 및 운영자금 대출과 여유자금 운용 상담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들도 은퇴한 이자.연금생활자를 위한 PB센터를 두고 있다.

올해 초 인천 한서저축은행이 업계 최초로 지문인식 방식의 첨단 대여금고를 갖춘 PB센터를 연 데 이어 부산 플러스저축은행, 서울 프라임저축은행들이 잇따라 PB센터를 열었다.

저축은행의 PB센터는 은행과의 경쟁을 피해 금융자산이 5000만원 이상인 이자.연금생활자들을 주고객으로 하고 있다.

하나은행 김종준 웰스매니지먼트센터 본부장은 "부자고객들도 부를 축적한 과정이나 지역적인 특성에 따라 선호하는 금융서비스가 다르다"며 "PB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은행마다 고객군별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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