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음란CD 판매조직, 경찰과 숨바꼭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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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니온CD닷컴을 찾아라. "

e-메일주소 색출 프로그램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국내 최대의 음란CD 판매조직과 경찰이 10개월째 숨바꼭질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조직 이름은 'unioncd.com' .

생산-판매-수금라인으로 나뉘어 서울.부산.광주 등 대도시마다 별도의 판매.배달망을 갖춘 전국적 조직, 스팸 메일(상업성 대량 메일)발송용으로 확보한 e-메일 주소만 최소 1백만개 이상, 월 추정 매출액 2억~3억여원….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가 지금까지 파악한 내용이다.

수십억원대의 음란 영상물을 유통하면서도 조직원끼리도 신원을 모르는 점조직식 운영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e-메일 주소 추출기술을 갖춘 전문해커도 고용돼 있다. 이 조직의 존재가 파악된 건 지난해 11월.

수사대장 강승수 경정은 "이 조직이 한번에 수만장의 스팸 메일을 보내면서 국내 주요 서버업체들과 메일전송 경유지가 된 중소기업 십여곳이 전산장애 피해를 보았고, e-메일 정보 유출 신고가 수백여건 폭주하는 일이 벌어져 수사를 시작했다" 고 밝혔다.

경찰은 6개월여의 추적 끝에 지난 2일 수금 조직원인 宋모(39)씨를 붙잡았다.

은행원 출신인 宋씨는 남의 신분증을 위조해 은행계좌를 개설, 장당 1만원 안팎인 음란물 2만3천여장의 대금을 수금해 조직에 넘겨줬다.

10개월간 2억여원을 수금해주고 宋씨가 챙긴 몫은 6천여만원.

경찰은 그러나 宋씨를 붙잡고도 수사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조직 상부에서 e-메일로 돈 전달을 위한 접선장소와 시간을 지정해줬고, 자칭 '왕걸레' 라는 청년이 나타나 돈을 받아가 宋씨조차 그의 신원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e-메일 지령도 추적이 불가능한 미국.일본 등 외국 서버에 개설한 홈페이지를 이용했고, 통화기록이 안 남는 무선 인터넷 등을 연락수단으로 이용했다.

경찰은 현재 다른 수금원들이 이용한 것으로 보이는 은행계좌 3~4개를 확보, 돈을 인출하는 사람이 은행창구의 CC-TV에 포착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계좌는 모두 타인 명의를 도용한 차명계좌로, 수사가 시작되자 사용을 중단한 상태다.

경찰은 시중에 대량 유통 중인 연예인 B, O씨의 성행위 CD 등도 이들이 복제해 판 것으로 보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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