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교조 명단 공개, 다양한 반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교조 명단을 공개한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6만여 명의 명단이 인터넷에 공개된 다음 날인 20일 전국의 초·중·고교는 술렁였다. 서울의 일부 학교에서는 아침부터 교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 이름이 떴더라”며 얘기를 나누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또 교장들은 “교육 비리사건 등으로 가뜩이나 사기가 떨어졌는데 이념 갈등까지 더해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했다.

교사 반응은 서울에서도 지역별로 달랐다. 전교조 회원이 많은 관악·구로·금천구 지역 교사들은 반발했다. 전교조 소속인 구로구의 김모 교사는 “학부모의 알 권리가 그렇게 중요하면 교사의 모든 신상 정보도 다 공개할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국교총 소속인 양천구 장모 교사도 “사생활을 심하게 침해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회원이 적은 강남권 학교들은 비교적 조용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강남 학교들은 교장이나 학부모가 전교조 교사를 반기지 않아 이들이 강남에 전보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교장·교감들은 명단 공개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관악구의 A고교 김모 교장은 “그동안 교내에서 갈등이 별로 없었는데 괜히 이런 문제로 학교가 시끄러워질까 봐 걱정하는 교장이 많다”고 전했다. 관악구의 또 다른 고교 교장은 “교사들이 ‘오해 받기 싫다’며 탈퇴할 수도 있다”며 “일부 강성인 전교조 교사들이 활동을 자제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조전혁 의원의 홈페이지(www.educho.com)에 접속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 이름을 확인했다. 고1 학부모인 김모(49·강남구 수서동)씨는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애들한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중요한 문제여서 교사의 소속 단체가 궁금했었다”며 명단 공개를 환영했다.

◆정치적·법적 공방 확산=전교조는 이날 “조 의원을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겠다”면서도 “명단 공개는 정치적 결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접속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한때 마비되자 조 의원실은 20일 10만 명 이상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보강했지만 접속이 자주 끊겼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오갔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명단 공개는 지방선거를 비열한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는 “학부모는 아이들이 어떤 이념적 성향의 선생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련·김민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