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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강화도 저지선 뚫고 김포 상륙 … 내륙 확산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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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온 20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 고양리에서 방역 요원들이 분무 소독차량을 이용해 약품을 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림수산식품부는 20일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인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의 젖소를 정밀검사한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혈청형도 강화 지역과 같은 O형으로 밝혀졌다. 이곳은 인천시 강화군의 첫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5.3㎞ 떨어져 있다. 반경 3㎞로 설정된 위험지역 경계선이 뚫린 셈이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 강화의 구제역 발생 지역과의 뚜렷한 역학적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육지에 상륙한 구제역이 더 전파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날 발생 농가에서 기르던 젖소 120마리와 이곳에서 반경 500m 이내(위험지역)에 있는 농장 네 곳의 우제류(발굽이 두 개인 동물) 194 마리를 모두 폐사시켰다. 또 위험지역 밖에 있지만 발생 농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아홉 농가의 가축에 대해서도 살처분할 것을 경기도에 권고했다.

이와 함께 방역 당국은 위험지역과 경계지역(발생지로부터 반경 3~10㎞ 이내)으로 들어가는 주요 도로에 초소를 설치해 사람과 동물의 이동을 통제하고,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농식품부 이창범 축산정책관은 “내륙으로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 김포 외곽지역에 제2의 방어선을 칠 예정”이라며 “21일 시·도 부지사 회의를 소집해 방역대책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남 보령군 청라면의 농장에서 기르는 한우에서도 유두에 수포가 생기는 등 구제역 의심증상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검사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날 일본의 미야자키현에서도 소 한 마리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일본에서의 우제류 수입을 잠정 금지했다.

한편 구제역이 발생한 김포시 월곶면 고양2리는 20일 어수선했다. 마을로 통하는 진입도로에는 몇 겹의 이동통제소가 설치돼 가축이동을 통제하고 통행차량을 분무소독한다. 축사와 마을에는 대형 분무소독차량이 뿌연 소독약품을 뿌렸다. 농장 주변 빈터에서는 매몰작업을 위해 굴착기들이 분주히 땅을 파고 있다.

구제역 발생 농가와 530m 떨어진 곳에서 젖소 60마리를 키우는 농민 김청선(52)씨는 “어제 저녁 인근 농장에서 의심신고를 한 사실을 알고 불안해 잠도 못 이뤘는데 확진 판정이 나와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강화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는 바람에 이 지역은 경계지역에 해당돼 가축이동이 금지되고 수의사 방문도 제한되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늘부터는 생산되는 우유까지 전량 폐기처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민들은 “구제역이 추가 발생해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강화의 경우처럼 발생농가 반경 500m에서 반경 3㎞ 이내로 확대되지나 않을지 초조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20일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특별 방역을 위해 총리실·농림수산식품부·경기도·김포시 등 관련 기관이 24시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기로 했다.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한 김포시에는 농식품부·행정안전부·국방부·경찰청 등에서 관계관을 파견해 방역활동을 전폭 지원키로 했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주요 간선도로에 이중으로 소독 장비를 설치하고 무인 헬기를 이용한 항공 방제도 추진한다.

정부는 축산 농가를 대상으로 ▶외국인 근로자 관리 철저 ▶철저한 소독 ▶해외여행 자제 ▶축산 농가 간 모임 자제 등을 당부하기로 했다.

김포=전익진 기자,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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