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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중국] 1. 시리즈를 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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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리는 중국인을 잘 모른다. 어떤 사람은 저들의 '대륙기질' 을 찬양하고, 또 어떤 이는 중국인의 복잡한 계산성에 혀를 내두른다.

이제 미국의 패권에 맞설 유일한 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을 깊이있게 알아가는 작업은 대륙과 인접한 한반도의 우리에겐 매우 소중한 일이다.

이제는 중국인이 보여주는 여러 행태의 역사.문화적 상관관계 등 이면적 정보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지역별 중국인의 기질적 특성, 이주(移住)역사, 요리와 언어적 특성 등을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중국 문화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 문화와 한족(漢族)의 끊임없는 남하로 번성한 양쯔(揚子)강 이남의 남방 문화다.

남북의 차이는 어디서든 나타난다. 악기의 경우 북쪽이 '소리치는' 형(쒀나 : 태평소)이라면, 남쪽은 '읊조리는' 타입(피리)이다. 무술에서도 북쪽은 다리를 주로 사용하는 데 비해 남쪽에선 주먹이 주무기다.

'남권북퇴(南拳北腿)' 란 말은 그래서 나왔다. 홍콩의 1세대 쿵후스타 리샤오룽(李小龍)은 남방의 영춘권(詠春拳)에 북쪽의 다리기술을 접목했다. 남북의 특장을 한데 섞었다는 점에서 그는 강자로 평가받았다.

먹고 마시는 데서의 차이도 눈여겨 볼 만하다. 북방인은 큰 고깃덩어리에 큰 그릇으로 술을 마시지만, 남방인은 얇게 썬 고기에다 작은 잔의 술을 홀짝거리기 좋아한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한 뒤 그들을 보낼 시간이 됐을 때 북방인은 "오늘 제대로 한번 통쾌하게 먹었구먼" 하고 자족하지만, 남방인은 "설거지하는 게 걱정이군" 이라고 뇌까린다.

인사말도 다르다. 남방에선 사람이 서로 만날 때 "돈 많이 벌었느냐" 가 인사다. 하지만 북방에선 "어디에서 지내느냐" 라고 한다. 남방인이 북방에 올라와 장사할 때 '혹시 잘못돼 얻어터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북방인이 남방에 가서 장사할 때는 '혹시 속지나 않을까' 하는 고민에 젖는다. 북방인의 성격이 호방하다면, 남방인은 영리하며 잽싸다.

이렇듯 장강(양쯔강) 유역의 이남과 이북은 문화적 이질감이 매우 두드러진다. 중국인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 문화의 특성을 '경파(京派)' 또는 '경미(京味)문화' 라고 부른다. 남방의 문화는 상하이(上海)가 대표하고 있다고 해서 '해파(海派)' 라고 통칭한다.

베이징대 중문과 양중(楊忠)교수는 "경파와 해파의 구별은 역사가 꽤 오래된 것이지만 요즘도 중국의 남.북방 문화를 구분하는 데 자주 쓰이고 있다" 며 "경파 문화가 보수적이며 자기 중심적인 데 비해 해파 문화는 개방지향형이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라는 특색을 지니고 있다" 고 정리했다.

남방 문화는 북방 문화보다 잘게 쪼개진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화둥(華東)문화권, 푸젠(福建)에서 대만까지 아우르는 민난(□南)문화권, 홍콩을 포함한 광둥(廣東)문화권, 춘추전국시대 중원의 한족과 대항했던 유서 깊은 초(楚:현재의 후난.후베이성), 삼국시대 천하삼분(天下三分)설을 앞세우며 자존심을 드높였던 유비(劉備)의 파촉(巴蜀 : 현재의 쓰촨성)이 각각 다른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다.

푸젠성 샤먼(厦門)대 역사학과의 린치취안(林其泉)교수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북방은 화북평원을 끼고 있으며 특별히 높은 산맥이 없어 문화적 갈래가 비교적 단순하다. 이에 비해 장강 이남은 산맥이 발달해 있어 문화 개체간의 교류가 뜸할 수밖에 없었으며, 따라서 방언의 차이가 심하고 문화적 특성도 매우 다양하게 분포할 수밖에 없었다. "

'붉은 자본가' 라는 별명을 얻으며 부총리를 역임한 룽이런(榮毅仁)을 비롯해 역대 유명한 상인들이 화둥 출신이며, 장제스(蔣介石) 시절에는 '상하이 상인들이 화를 내면 천하의 제후들이 놀란다' 는 말이 나돌았을 정도로 재력을 통한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관심을 기울인다.

이에 비해 홍콩을 포함한 광둥지역 사람들은 경제에 전력투구하는 타입이다. 일찌감치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上有政策, 下有對策)' 라는 말을 유행시켰을 정도로 기민한 두뇌회전에 오로지 '파차이(發財 : 돈을 벌다)' 에만 매진하는 특성을 지녔다. 이런 특성이 홍콩을 세계적인 금융.중개무역 중심지로 끌어올린 문화적 모태가 됐다. 리카싱(李嘉誠)을 비롯한 세계적 거상들을 많이 배출했으며 현재도 중국 개혁.개방의 견인차로서 상하이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다.

후베이(湖北)와 후난(湖南)성은 중간에 유명한 동정호(洞庭湖)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 있지만 모두 춘추전국시대의 '초(楚)' 문화권에 들어가는 지역이다. 후베이성 사람들은 '하늘에는 머리 아홉 달린 새(매우 간교하다는 전설상의 새), 땅에는 후베이 사람' 이라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올 만큼 머리가 좋고 간지(奸智)가 매우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서 후베이 사람에게는 '작은 총명(小聰明)' 이라는 단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정통서 퓨전까지…

중국 요리 또한 남북으로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기본적으로 북은 밀, 남은 쌀을 주식으로 삼았다. 맛에 있어서도 북은 짠맛이 우위를 차지했고 남은 단맛이 주를 이뤘다. 동.서의 특징을 덧붙일 때는 '동쪽 요리는 매운맛, 서쪽은 신맛이 위주' 라고 한다.

북쪽의 음식은 밀가루로 만든 것이 대종을 이룬다. 유명한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의 '쇠고기 탕면(牛肉麵)' 을 비롯해 교자(물만두)와 찐만두, 속없는 만두, 훈툰(만두피가 부드럽게 늘어진 교자의 일종)등이 모두 북방에서 퍼져 나간 음식들이다.

이에 비해 화둥(華東)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남방 요리는 전체적으로 단맛을 위주로 하되 모양 등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상하이나 홍콩 등은 풍부한 물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음식을 발전시켰는데 대외 개방이 빨랐던 지역이라 외국의 입맛을 고려한 '퓨전식 중국요리' 가 발달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쓰촨(四川)과 후난성 요리는 독특하게 발전한 음식으로 중국 주요 요리에 꼽힌다.

두 지역 모두 매운맛 요리의 정통이라고 자부하는데 쓰촨은 강력한 향신료를 사용한 '마라(麻辣)' 가 유명하고 후난은 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낸다.

특별취재반=유광종 문화부 기자.유상철 베이징특파원.진세근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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