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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사갈등은 평등만 따진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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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인들은 자기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결과의 평등만 너무 따진다. 노사 갈등이 심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초청으로 11일 방한한 자호후지(趙虎吉.51.사진)중국 공산당 중앙당교(中央黨校)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 노조는 강성이기 때문에 한국에 투자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그 피해는 노동자에게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결과의 평등은 없다"면서 "평등은 의료와 교육에서만 적용돼야 하며 나머지 분야에선 경쟁밖에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치권에 대해서도 갈등과 대립이 너무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잘될 것이라면서도 "흑백논리와 편 가르기가 횡행해 중국에선 한국이 계급투쟁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자오 교수는 또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동북공정과 관련, "한국 정치인들의 한치 앞밖에 못 보는 단견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0년대 말~90년대 초부터 한국 관광객들이 백두산에 와서 제를 지내고 태극기를 휘날렸다"면서 "여기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 정부도 90년대 중반 한국 국회의원 30여명이 백두산 영유권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정치적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자오 교수는 그러나 "중국 정부가 국경 주변의 소수 민족들의 소요와 이에 따른 영토 분쟁 때문에 진작 동북공정과 서남공정 등을 시작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필요성과 한국의 어설픔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고구려사 왜곡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는 해석이다.

그는 또 "중국은 앞으로가 문제"라면서 "지금까지는 쉬운 개혁만 해왔지만 이젠 정치와 사회의 불안정을 해소하면서 경제성장을 해야 하는 '진짜 개혁'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자오 교수는 올해 실업자가 800만명 늘어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실업자가 2000만명에 육박하는 데다 농민들의 불만도 높기 때문에 정치.사회적 불안이 상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중국은 (지난달 28일의 금리인상에 이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면서 "과열을 막기 위한 긴축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오 교수는 이어 "미국의 압력도 대단해 위안화는 올해 말까지 절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중앙당교=중국 공산당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고 당.정 간부들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쩡칭훙(曾慶紅)국가부주석이 교장이다. 중국의 장.차관들은 5년마다, 중앙정부 국장급 이상과 지방정부 시장급들은 3년마다 당교에서 6개월 동안 교육받아야 한다. 베이징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자오 교수는 조선족으로는 유일하게 중앙정부 국장급 대우를 받는 당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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