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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미 외교 라인 정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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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회 대정부 질문이 파행 15일 만인 11일 재개됐다. 질문에 앞서 김원기 국회의장은 국민에게 사과하면서 파행 당사자들에게 따끔하게 충고했다. 한나라당을 비난했던 이해찬 총리를 비롯한 정부 각료들에겐 "진실로 국회를 존중하는 자세로 답변해 달라"고 했다. 여야엔 "상대 정당의 정체성을 폄하하거나 훼손하는 발언을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열린 통일.외교.안보 분야 질문에서 여야는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질문자로 나온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국회 파행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한다"며 큰절을 했다.

◆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보안법 폐지-형법 보완' 입장을 강조했다. 장영달 의원은 "일제가 독립운동 말살을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이 해방 후 이승만 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으로 재탄생했다"며 "친일 잔재인 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찬 총리도 답변을 통해 "보안법은 악용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법으로서의 정당성과 실효성이 많이 훼손된 법"이라며 "형법으로 흡수할 수 있고, 별도의 입법을 할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보안법 개폐는 북한과 상관없다"며 "하지만 수정 내지 폐지되면 긴장완화와 화해협력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보안법 폐지는 불가하다는 주장을 폈다. 보안법 위반으로 두 차례 구속됐던 김문수 의원은 "지금은 억울하게 구속되는 경우가 별로 없지 않느냐"며 "그런데도 보안법을 폐지하려는 것은 김정일 측의 요구가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박성범 의원은 "북한 권력기구도에 따르면 '남조선의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대책위원회'가 설치돼 있다"면서 "이 조직이 대한민국과 공조해 보안법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 부시 재선과 한.미동맹=정부 측은 "할 말은 하고 수용할 것은 하면서 역대 어느 정권보다 건강한 한.미관계를 이끌고 있다"(정동영 장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각기 다른 각도에서 정부 측의 주장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정부가)한.미동맹 강화라는 명분에 집착해 냉전시대의 대미 의존적 외교행태에서 탈피하지 못함으로써 명분도, 실리도 다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최성 의원은 "부시 집권 2기에 과연 과거와 같이 선제공격론에 입각한 대북정책이 지속되는지가 관심"이라며 "우리 정부가 먼저 한.미 공동평화선언 등의 적극적인 제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했다. 박성범 의원은 "정부에 반미.반부시 인사들이 포진돼 있다면 한.미 간 공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기 어렵다"며 외교라인의 재정비를 촉구했다. 박진 의원은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핵)비확산 방지를 우선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선 남북관계가 우선"이라며 "이 같은 인식차가 한.미 간 공동보조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 남북관계=여당의 장영달 의원은 "6.15 정상회담 이후 꾸준히 추진돼온 남북 화해.협력정책이 금강산 관광과 경의선.동해선 연결 등으로 이어지는 결실을 거두고 있다"며 "남북이 통일 민족국가를 수립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시각은 달랐다. 김문수 의원은 "북한 전체가 거지 수용소"라며 "이 정권은 진정 수구꼴통 정권인 북한에 대해 한마디도 못한다"고 비난했다. 박진 의원은 정부의 북핵 문제 대응이 안이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핵은 우리 민족이 핵을 갖고 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정부는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힐난했다.

탈북자 문제와 관련, 정동영 장관은 "기획탈북을 반대하고, 흡수통일도 명백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고정애.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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