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집짓기] "꿈에 그리던 내집 평생 한 풀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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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게 꿈은 아니지요. "

10일 오후 2시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금산리 '화합의 마을' 1동(棟)앞. 휠체어에 앉은 채 자원봉사자 대표 姜대일(51)씨로부터 집 열쇠를 건네받은 노점상 李종록(57.지체장애 1급)씨는 부인 文순선(47.지체장애 4급)씨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큰아들 현호(23)씨와 딸 인미(24.회사원).인애(21).혜옥(18.고3)양 등 네 남매도 "아빠.엄마, 이제 정말 우리 집이 생겼어요" 라며 부모를 얼싸 안았다. 이를 지켜보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내던 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도 이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곳에 입주하는 80가구 중 유일한 장애인인 李씨 부부는 4년 전 재혼한 사이로 "그동안 열가족(3남5녀)이 충남 홍성의 10평짜리 다가구 월셋집에서 근근이 살아왔다" 며 "집 없는 설움을 풀게 됐다" 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중앙일보 후원으로 '한국 사랑의 집짓기 운동연합회' (한국 해비타트.이사장 鄭根謨)가 지난 3월부터 진행해온 집없는 서민들을 위한 집짓기 행사가 10일 충남 아산.경기도 파주 등 전국 여섯곳에서 5개월 만에 모두 완료됐다.

이날 각 지역에서는 세계 35개국 1천여 자원봉사자 등 국내외 자원봉사자 4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무주택 영세민들에게 1백36가구(20평형)의 목조주택을 헌정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산현장에서 20개 동을 일일이 돌며 자신의 서명이 담긴 성경책을 입주자들에게 나눠주며 격려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우리 모두의 정성과 열정을 바쳐 지은 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며 축하했다.

이날 헌정식에서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기는 다른 현장들도 마찬가지.

1996년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살아왔다는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입주자 노병선(盧秉善.45)씨는 "1천평의 밭을 빌려 장미농사를 짓다 97, 99년 연거푸 홍수피해를 본 데다 올 1월엔 설해로 농사를 망쳐 네식구가 삶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다" 며 눈물을 흘렸다. 딸 오란(14.중2)양과 아들 찬우(11.초등5)군은 공부방을 둘러보며 "이젠 공부가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 며 좋아했다.

전북 군산시 산북동 사랑의 집 열쇠를 받은 姜신혁(40.소아마비 장애인.과일 행상)씨는 "뇌성마비로 투병 중인 아들(9)과 딸.부인이 이제야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게 됐다" 며 "땡볕 속에 흘린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에 보답키 위해서라도 행복하게 살겠다" 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 아산현장에서 열린 폐막식에서는 내년도 지미 카터 특별건축사업이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해비타트 대표에게 사업 상징인 해머가 전달됐다.

조한필.전익진.장대석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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