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이기수 여주군수가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에게 건넸던 돈. [뉴시스]
정치권이 돈다발 문제로 시끄럽다. 지방선거 공천을 앞두고 항간에 떠돌던 얘기가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소속의 한 당협위원장은 “지방선거에서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당협위원장이 ‘탄환이 필요하면 드리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을 조치하겠습니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며 “시·도 의원의 경우 공천을 받기 위해 수백만원 또는 1000만원을 들고 온 적이 있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천에 목을 매고 있는 사람들은 공천이 지연되거나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극도의 초조함을 느끼게 되고 그래서 돈다발이라도 들고 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이어 “ 들리는 말에 의하면 시장이나 군수 등 기초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면 2억원은 껌값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나라당 소속 수도권의 다른 당협위원장도 “지방선거에 공천을 신청한 이로부터 돈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이기수 군수의 사건도 공천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이 군수가 불안한 마음에 공천을 받기 위해 돈을 건네려 했던 것으로, 이 의원이 대처를 잘했다”고 말했다.
실제 적발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선관위는 최근 기초의원 선거에 나설 2명의 예비후보자로부터 1억여원의 돈을 받은 혐의로 국회의원 보좌관 A씨에 대한 수사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또 전북 익산선관위는 최근 민주당 익산을 지역위원회 일부 당원이 ‘공천헌금 요구설’을 제기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방선거 공천 신청자가 당협위원장에게 돈을 건넸을 경우 이 사실이 드러나는 일은 흔치 않다. 일단 당협위원장이 돈을 받게 되면 받은 사람이나 건넨 사람이나 모두 처벌을 받게 돼 있어 서로 쉬쉬하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선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이번 지방선거의 공천 헌금 액수가 더 올랐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군수 사건을 보는 시선도 다양했다.
차명진 의원은 “이 의원이 신고를 한 게 옳다”며 “이런 일은 있어서도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도 “이 의원이 원리원칙대로 했다. 행여 당에 부담이 될 것 같아 쉬쉬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패 정치는 무마해서 안 되고 싹을 잘라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일로 한나라당이 ‘비리당’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지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또 다른 당 인사는 “그냥 돌려줄 수도 있는데 신고를 한 것 보면 이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야 할 속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현역 위원장과 현역 단체장이 갈등을 겪으면서 무리하게 단체장 후보를 바꾸려는 경우가 있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개 현역 단체장의 경우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를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더욱 불리한 상황만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호·홍주희 기자 nov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