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16일 대국민 담화를 내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국가 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태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민·군 합동조사단 윤덕용 공동조사단장(왼쪽)과 박정이 군측 조사단장이 배석했다. [변선구 기자]
정부 관련 부처들은 외교안보정책회의 의장인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중심으로 안보리 옵션의 법적 근거와 절차·사례 등을 연구하며 대비에 들어갔다고 익명의 소식통이 전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단장에 민간인을 임명하고, 미국과 영국·호주와 함께 유엔사에 감시단을 파견 중인 영세중립국 스웨덴을 조사단에 참여시킨 것도 국제적 해법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88년 미국 여객기를 테러해 20여 년간 안보리 제재를 당한 리비아를 참고사례의 하나로 보고 있다.
◆안보리 결의, ‘전가의 보도’ 아니다=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유엔에서 특정 국가의 책임을 추궁하려면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스모킹 건(smoking gun·결정적 증거)’이 필수적인데 해난 사건에서 그런 증거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북 충돌이 끊이지 않는 근본 원인부터 따져보자”는 등 다른 주장을 들고 나올 우려도 있다. 중국은 거부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도 하다. 천안함 사건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될 경우 서해 NLL 수역이 분쟁 지역화할 수 있는 가능성도 부담이다. 북한은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5도 수역을 자신들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해상 경계선에 포함시켜 놓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 북한이 이런 논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런 어려움을 무릅쓰고 제재를 성사시켰다고 해도 이미 2건의 안보리 제재를 포함해 수십 개에 달하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아온 북한에 제재 효과가 먹히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 밖의 옵션=국제법상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을 제소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ICJ 제소는 우리가 제기해도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심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ICC는 안보리의 위임이나 ICC 검찰총장의 기소를 통해 제소가 가능하지만 결정적 물증이 없는 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또 북한의 무력 공격은 정전협정 위반인 만큼 우리가 자위권에 입각해 무력 보복을 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국제법을 검토한 결과 공격을 받은 즉시 대응하는 건 교전상황에 따른 정당방위로 인정될 수 있으나 시간이 흐른 뒤 보복에 나서는 것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글=강찬호·전수진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