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리지갑만 불리한 국민연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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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연금은 '저부담 고지급' 구조가 여전한 해결의 과제이지만 보험료 징수부터 연금 급여에 허점이 적지 않아 두고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자료에서 밝혀진 보험료 납부와 수령액의 수익률이 가입자의 소득에 따라 상식 이상으로 격차가 큰 점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입자가 20년간 보험료를 내고 국민연금을 탈 경우 월 표준소득이 22만원인 가입자는 모두 4백21만원을 붓고 60세부터 15년간 가입액의 5.82배인 2천4백50만원을 받는다. 반면 현재 최고등급인 월 소득 3백60만원 가입자는 6천8백95만원을 붓고 같은 기간에 원금의 1.14배인 7천8백84만원을 받게 돼 있다.

20년간 보험료를 꼬박꼬박 낸 수익률이 14%라면 사상 최저의 저금리라는 지금 은행에 돈을 맡긴 것보다 못한 것이다.

고소득자에게 좀더 부담을 주더라도 저소득층을 배려하자는 국민연금의 소득 재분배 기능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렇더라도 고소득자의 경우 수익률이 이처럼 낮아서는 국민연금에 가입한 실익을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여기에 고소득자들로 분류된 가입자도 유리지갑인 봉급생활자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나 자영자(自營者)는 아직도 제대로 소득파악이 먼 점에 비하면 결국 소득 재분배 부담을 봉급생활자들만 과중하게 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정부는 의료개혁 파동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돼 국무총리실 밑에 자영자 소득파악위원회를 만들었으나 별반 성과도 없이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이런 맹점을 시정하려면 자영자의 소득파악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 최근 신용카드 사용의 활성화로 이들의 소득구조가 점차 양성화돼 가긴 하나 현재의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다.

동시에 국민연금의 파산을 막기 위해선 이제라도 연금 부담률을 훨씬 높이고 국민연금.기업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으로 3단계 보장장치를 강구하라는 OECD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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