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27.5% … 퇴직연금 펀드 수익률, 정기예금의 ‘더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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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퇴직연금 펀드의 최근 3년간 수익률이 정기예금의 두 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한국금융투자협회·제로인과 함께 지난달 31일을 기준으로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다. 분석 대상은 2007년 1월 1일 이전에 만들어진 펀드로, 3월 말 현재 순자산이 50억원을 넘는 36개 펀드였다. 퇴직연금 펀드는 퇴직연금으로 쓸 자금만 받아 운용하는 펀드다.

이들 펀드의 최근 3년(2007년 4월~2010년 3월)간 수익률은 평균 27.5%였다. 2007~2009년 3년간 예금은행 정기예금 평균 수익률(14.6%)의 거의 두 배다. 분석 대상 기간 중 코스피지수는 16.5% 올랐다.

삼성자산운용 김성준 연금컨설팅팀장은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오르기 마련이지만 장이 나쁠 때는 채권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운영을 하니 초장기 상품인 퇴직연금 펀드의 수익률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최고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 퇴직연금 액티브 증권자투자신탁 1’(40.7%)이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주식형이어서 개인은 가입할 수 없고, 기업만 가능하다. 현행 규정상 근로자 개인이 직접 퇴직연금 상품을 고르는 확정기여(DC)형의 경우 가입자는 주식 비중이 40% 미만인 채권혼합형과 채권형에만 들 수 있다. 회사가 상품을 선택하는 확정급여(DB)형은 주식 비중이 70% 이상인 주식혼합형과 주식형도 활용할 수 있다.

개인이 직접 가입 가능한 상품 중에서는 ‘마이다스 퇴직연금배당40 증권자투자신탁1’의 수익률(37.8%)이 제일 높았다. 배당을 많이 하는 대형주에 35% 내외를 투자하는 펀드다. 나머지는 국공채와 금융채로 채운다. 이 펀드를 굴리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강봉모 이사는 “배당을 많이 할 만큼 실적 좋은 대형주를 골라 투자한 게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대체로 배당주 퇴직연금 펀드들이 수익률이 상위를 차지했다.

퇴직연금 펀드 중 3년 전체로 손실을 본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제일 실적이 나쁜 펀드(16.8%)도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16.5%)을 넘었다.

퇴직연금 펀드는 채권혼합형이 대부분인데도 3년 수익률이 전체 국내 채권혼합형 평균(20.4%) 보다 7.1%포인트 높았다.

동양종금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펀드로 들어오는 돈의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펀드는 정해진 가입자가 정해진 때에 적립식으로 돈을 넣는다. 그래서 펀드매니저가 자금 흐름을 거의 정확하게 예측하고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 반면 일반 펀드는 언제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또 얼마나 환매돼 나갈지 알 수 없다. 이로 인해 일부 자금을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운용하니 수익률이 퇴직연금 펀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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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적립식이 유리=DC형을 택한 개인이 회사에서 퇴직연금을 받는 방법은 대체로 세 가지다. 매달, 매 분기 또는 매년 1회씩이다. 받는 돈은 개인이 가입한 퇴직연금 상품 계좌에 바로 이체된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넣는 주기에 따라서도 수익률 차이가 났다. 신한금융투자가 DC형 가입자 3411명을 분석했더니 월납자의 수익률은 연평균 7.72%, 분기납 7%, 연납 6.97%였다. 신한금융투자 김대홍 퇴직연금지원부장은 “이른바 ‘투자의 시간 분산 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줄곧 오르는 장세가 아니라면 나눠 적립을 하는 쪽의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앞으로 퇴직연금에 가입할 근로자들은 회사와 논의해 매달 받는 방식으로 정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DC형은 개인의 투자 철학에 따라서도 수익률 차이가 났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주가지수가 많이 빠질 땐 정기예금으로 갈아타고 오르면 다시 펀드로 들어오는 등 수시로 상품을 바꾼 경우는 원금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반면 펀드 하나에 꾸준히 월 적립식으로 ‘뚜벅이 투자’를 하면 대체로 수익률이 좋았다. 김대홍 부장은 “퇴직연금 상품을 바꿀 때는 독단적으로 하지 말고 가입한 금융회사의 담당자와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퇴직연금 펀드를 고를 때는 주의할 점도 있다. 강봉모 이사는 “펀드매니저를 자주 교체하는 상품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초장기 상품인 퇴직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또 같은 자산운용사에서 비슷한 이름의 펀드를 많이 갖고 있을 때는 각 펀드들의 설정 이후 수익률과 투자처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이런 펀드들은 대체로 먼저 만든 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이름만 살짝 바꿔 다시 내놓은 경우가 많다는 게 투자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혁주 기자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DB형은 회사가, DC형은 개인이 퇴직금 자금 운용의 책임을 진다. DB형은 회사가 투자하다 손실을 내도 퇴직 때 미리 정해진 만큼의 퇴직금을 줘야 한다. DC형은 회사가 퇴직 자금을 매월 또는 매분기나 매년 한 번씩 주고, 개인이 운용을 한 뒤 퇴직 후에 일시금이나 연금으로 받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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